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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紗痲)
Original – https://youtu.be/tQWMArNo9F0
Vocal – https://youtu.be/OT9d5sZc92g

──────────
긴히지로 사마 만들어 보았어요
좀 힘들었어용 어휴 ㅎㅎ
오류가 많아서 혹여나 싱크
안맞아도 예쁘게 봐주세요~~
──────────

#은혼 #긴히지 #銀土 #ginhi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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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긴히지 번역 15 – 백업용

은혼 긴히지 번역 15. 銀魂. 은혼 긴히지 번역 15. 뀩꺅 2018. 4. 25. 19:56. 블로그 정보. 백업용 · 뀩꺅 님의 블로그입니다. 구독하기. 프로필 사진. 銀魂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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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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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상의 첫사랑(긴히지 번역) – 투디갤

긴상의 첫사랑(긴히지 번역). 9900 2018.02.16 02:51 조회 28942 내용Skip https://tdgall.com/57355117. 55613874_p0_master1200.jpg. 55613874_p1_master120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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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6/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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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쿠] Un Afterword – 번역백업

[샤쿠] Un Afterword. 긴히지. [샤쿠] Un Afterword. 노동자1호 2020. 3. 1. 14:12. [Gekirin(Syaku)] Un Afterword. 태그목록. 글뷰관련 태그목록. 긴히지샤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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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9/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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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긴히지 번역 15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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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6/2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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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디갤 – 샤쿠 긴히지 <吽>上편 번역 – Archive.today

샤쿠 긴히지 <吽>上편 번역. https://tdgall.com/68491578. view 3868. 2019.11.04 23:49. 성인 회원만 볼 수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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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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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히지 소설 번역 [그러니까 신부가 되게 해주세요] 上 – 이차원

긴히지 최애작 중 하나라 저렴하게 번역해봄. 너무 길어서 임의로 나눴어. 히지 잘못으로 헤어지고 관계 회복하려고 애쓰는 히지인데 히지가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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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4/16/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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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히지] 언젠가, 너에게 죽는 날까지 下 (번역) – 인스티즈

상편:http://instiz.net/name/14756150* 원문:http://www.pixiv.net/novel/show.php?=2479393* 고문(유혈)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허락 없이 번역했으니 인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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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5/2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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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긴히지(銀土)로 사마(紗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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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긴 히지 번역

  • Author: 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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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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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상의 첫사랑(긴히지 번역)

출처는 픽시브 일러스트 아이디 55613874

ㅋㅋㅋㅋㅋㅋ긴상의 첫사랑의 추억이

히지카타에게는 이토준지급 공포였던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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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히지 소설 번역 [그러니까 신부가 되게 해주세요] 上

긴히지 최애작 중 하나라 저렴하게 번역해봄. 너무 길어서 임의로 나눴어. 히지 잘못으로 헤어지고 관계 회복하려고 애쓰는 히지인데 히지가 진짜 귀엽고 긴토키도 진짜 벤츠임.

1.

“안녕, 토시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토시로와 사귈 수 있어 나 역시 행복했어. ”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공주님. 저도 이번 한 달 당신의 연인이 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

히지카타의 대답이 불만인 듯 이국의 공주님은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히지카타에 손가락을 대고 경어, 하며 느릿느릿 말한다.

“여러번 부탁했지. 이제 제대로 좀 얘기해 줘. ”

히지카타는 감정을 억제해, 미소짓는다.

“너를 만나길 잘했다. 고국에 가서도 아프지 말고. 사랑한다. ”

히지카타는 마음에도 없는 사랑을 태연히 말한다. 요 한 달 사이에 완전히 숙달된 기술이다.

“응. 나도 사랑해, 토시로”

히지카타의 짧은 연인이었던 여자가 기쁜 듯이 수줍어했다.

그 표정이 잘 아는 인물을 떠올리게 해 히지카타의 가슴이 뜨끔했다.

“고마워 덕분에 이 나라 체류가 너무 즐거웠어. 안녕, 아프지 말고. ”

그녀는 기지개를 켜더니 히지카타의 뺨에 쪽하고 작은 키스를 했다.

그리고 웨이브가 걸린 금단발을 흔들며 많은 행렬이 딸린 탑승구에 당당하게 향한다.

히지카타는 여자가 보이지 않게 된 후에도 게이트 앞에서 우뚝 서 있었다. 하지만 공주가 탄 배가 출발했다는 안내방송이 공항에 울리고 나서야 비로소 어깨의 힘을 뺐다.

진선조 부장으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이 무사히 마무리된 순간이었다.

“토시, 정말 공주님의 마음에 들었네. ”

등을 맞았다.

되돌아 보니, 마츠다이라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그 조금 뒤에는 곤도도.

“왜 그래? 그런 쓸쓸한 얼굴을 하고서 말이야. 공주님을 쫓고 싶어졌나?”

히지카타는 가볍게 숨을 내쉬어, 마츠다이라의 경구에 머리를 흔든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겨우 여자에게서 벗어났는데.”

“좋겠다! 좋겠다! 토시 좋겠다! 저런 미인에게 나도 뽀뽀를 당하고 싶어! 부러워!”

“하하, 볼뽀뽀 정도로 부러워하지마 곤도씨. 이 한 달 동안 내 보고서를 읽으면 당신 졸도할지도 몰라. ”

호언장담하며 담배를 꺼내려고 호주머니를 뒤졌지만 공항이 전면 금연이었던 기억이 난다.

아아. 니코틴 섭취해서 침착하고 싶었는데. 히지카타는 혀를 찼다.

그래. 귀찮은 임무에서 해방되었는데도 히지카타의 마음은 아직도 술렁이고 있었다.

“어쨌든 토시짱. 너는 지난 한 달 동안 너무 잘해줬어. 높으신 분도 네 활약에 아주 만족하고. 진선조에게도 토시 개인에게도 충분히 상을 내리라고 하더군. ”

“한 달 고생한 만큼 토시는 잠시 푹 쉬어라. 잘했어. ”

마츠다이라와 곤도. 두 상사로부터 여러 가지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히지카타는 자랑스럽다고는 조금도 느끼지 않는다.

아, 진짜 끝나버렸어. 전부 다.

히지카타는 상사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입술을 문다. 이국 공주의 연인이라는 역할을 마친 히지카타의 가슴에 남은 것은 피로감과 죄책감, 그리고 엄청난 상실감뿐이었다.

한 달 전. 조약을 맺기 위해, 어떤 별에서 한 명의 공주가 내렸다.

워낙 미인이어서 조약회의 동안 성 밖 경비를 서기로 한 진선조에서는 그녀 얘기로 떠들썩했다.

아무튼 간에 공주의 별은 일처다부제다. 그녀도 이미 40명 가까운 남편이 있다는 것. 꽤 미남을 좋아하는 것.

그런 지식을, 히지카타는 대사들의 소문으로 몸에 익혔다.

단지 히지카타는 공주 개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요인 경호는 순찰조 담당이다. 먼 곳을 지키는 우리에겐 그 여자의 취미 취향과는 관계없는 일이야. 그렇게 생각했어.

단지 여자의 사진을 봤을 때, 누군가를 닮았군–그런 감상은 안았지만.

회담에 들어간 지 닷새째, 히지카타는 마츠다이라로부터 호출되었다. 무엇이든 위에서 회의가 난항을 겪고 있으니 공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젊고 외모가 좋은 남자에게 식사 서빙을 시키라는 지령이 내린 것 같다.

그래서 얼굴이 잘 생기고 신원도 제대로 갖춰진 히지카타에게 화살이 꽂혔다.

귀찮아. 그것이 솔직한 감상이었지만, 종적관계 사회의 하나의 톱니바퀴로서 위를 거스를 수 없다.

점심 식사 서빙으로서 호화로운 가이세키 요리를, 언짢아 보이는 공주에게 날랐다. 그때 히지카타와 여자의 눈이 마주쳤다.

느닷없이 깨달았다.

해결사다. 여자가 된 해결사와 이 공주는 많이 닮았다. 금빛 머리를 은빛으로 하고, 뱅글뱅글한 머리를 조금만 더 생머리를 했더니 성전환 파동 때의 그녀석과 꼭 닮았다고.

“거기 너 이름이 뭐야? ”

갑자기 질문을 받았다.

“무장경찰진선조 부장을 맡고 있는 히지카타 토시로라고 합니다. ”

히지카타는 종잡을 수 없는 사고를 끝내고, 민첩한 동작으로 여자의 발 밑에 무릎을 꿇었다.

“아~ 됐어. 나 딱딱한 거 싫어. 저기, 얼굴 들어봐”

묻는 말에 그녀는 값을 매기는 듯한 시선을 히지카타에게 던졌다.

“저기 말이야. 묻고 싶은데, 토시로는 여자 있어? ”

“없습니다. 전 홀몸입니다. ”

“그럼 애인이나 좋아하는 애는? ”

순간 말문이 막힌다. 연인이라면 있다.

하지만 그 연인과의 관계는 누구에게도 공표하고 있지 않고, 공주나 마츠다이라 등, 높으신 분 앞에서 사실은 밝힐 수 없었다.

“…아니오. 아무도 없습니다. ”

왜 이 여자는 이런 걸 물어오는 걸까?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히지카타는 거짓말을 했다.

“에에, 애인도, 애인도, 좋아하는 애도 없어. 멋있는데 아깝다. 흠~ 그렇구나. 그럼 좋겠지. 너, 내가 이 나라에 머무는 동안 나의 연인이 되어줘. ”

“……하? ”

공주님 앞인 줄 알면서도 얼빠진 대답이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막부의 높으신 분들을 향해 말을 뱉는다.

“토시로가 나의 연인이 되어 준다면, 아까의 조약, 체결해 줘도 좋아”라고.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이번 조약 체결이 이 나라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히지카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막부는 무조건 히지카타를 공주의 연인으로 만들려고 했고, 마츠다이라와 곤도 모두 토시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말하면서도 히지카타가 수긍하기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뭐, 어차피 한때의 연인이다. 공주의 장난에 1개월간 사귀는 것뿐이고, 상관없지 않은가, 라고 하는 것이 히지카타 본인을 포함한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그러니까 히지카타가 공주의 연인이 되는 것을 반대한 것은 히지카타의 연인, 사카타 긴토키 밖에 없었다.

“정말 싫다. 그런 판매원 같은 것, 나는 반대다. 기간 한정이라고는 하지만, 히지카타가 다른 놈의 것이 되다니 견딜 수 없어. 싫어. 싫어. 절대 안돼!”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팔에 끌어안고 싫다고 철없이 되뇌었다. 히지카타는 곤란하다. 아무리 싫다고 해도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왜 그래 히지카타. 나 계속 착한 애였잖아. 너한테 몇 번 만나든 바람 맞든 불평을 한 적은 없잖아. 네가 우리 관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니까 제대로 말 안 했잖아. 그 밖에도 많이, 나 분명히 너의 말대로 했잖아. 그 내가 처음으로 이렇게 싫어하는 거야. 내 처음인 멋대로 정도는 들어줘도 좋잖아. 히지카타 바보야……”

확실히 사귀고 나서부터 쭉 긴토키는 열심히 해 주었다. 히지카타가 아무리 일을 우선해도 불평 하나 흘린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처음의 부탁 정도는 실현해 주고 싶었지만, 이것만은 불가능하다.

“해결사. 나도 잘 모르는 여자하고 사귀는 건 싫어. 근데 어쩔 수가 없어. 이해해라. ”

이해할 리가 없잖아! 울먹인 긴토키가 외친다

“참아. 겨우 한 달이야. 한 달이면 그 여자와의 관계를 풀 수 있으니까 그 동안만 눈 감아. ”

“그 한 달 동안, 넌 애인으로서 그 여자와 손을 잡고 키스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이지…… 한 달이든 뭐든 견딜 수는 없잖아!”

철부지 긴토키에 히지카타는 짜증이 났다.

나도 이렇게 싫은데 왜 이해해 주지 않는 거야? 싫은 일에 종사하는 나를 왜 격려해 주지 않는 거야.

‘그래 알았어. 일이라면 어쩔수 없겠지. 그럼 한달 지나면 나에게로 잘 돌아와라, 나의 귀여운 히지카타군’

왜 평소처럼 그렇게 말하면서 나의 응석을 받아주지 않는거야? 히지카타는 자신의 방자함에서 눈을 돌리고 불합리한 분노마저 가졌다.

“어쨌든 난 그 여자의 애인이 될 거야. 이건 결정사항이다. 네가 아무리 싫어하든 말든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

“그럼 헤어진다. 네가 잘 모르는 여자와 애인이 된다면, 너와 헤어질거야. 다시는 관계를 복원하지 않겠다. ”

긴토키가 날카롭게 노려보면서 히지카타에 쏘아붙였다.

히지카타의 호흡이 멎었다. 뇌수를 난폭하게 얻어맞은 기분이다. 그만큼 긴토키의 통고는 파괴력이 있었다.

하지만 헤어진다는 것은, 이제 긴토키에 부드러운 사랑을 속삭이는 것도 자애하는 듯한 입맞춤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긴토키가 히지카타에게 몇 번이나 접근해 시작된 것이었지만, 이미 오래 전에 긴토키에 얽매여 밉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히지카타는 그만 “잘못했다. 애인이 되는 것은 그만두겠어.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마라”며 매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긴토키의 연인이 아닌, 진선조 부장으로서의 입장을 되돌아, 필사적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공주의 연인이 되는 것은 자신에게 부과된 임무이자 의무다. 거절이라도 한다면 진선조에 부당한 압력이 들어올 것이 뻔했다. 부장으로서 나는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히지카타는 앞으로 얼마나 후회할지도 모르고 기세좋게 내뱉었다.

“아아, 이 정도도 못 참으면 너와의 관계는 여기까지구나.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그리하여 히지카타는 긴토키와의 연인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상당히 어이없는 끝이었다.

하긴 남자들끼리의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도 없는 일이다. 머지않아 언젠가는 이별이 왔다. 그것이 지금일 뿐이다.

히지카타는 자신에게 타일러 평상심을 유지했다.

단지 마지막으로 본, 긴토키의 절망한 표정은 히지카타의 뇌리에 깊게 박힌 것이지만.

일이 없다는 것은 의외로 곤란하다. 한달 임무를 마치고 곤도로부터 무리하게 휴가를 내려졌는데,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둔소에도 있기가 힘들어서 히지카타는 갈 곳도 없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래, 히지카타는 지금, 진선조로 돌아가는 것이 몹시 귀찮았다.

그곳에 있으면 많은 대사들로부터 공주와의 한 달 동안의 연인 생활에 대해 시시콜콜 캐묻는 것이다. 저마다 부럽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무엇이, 부러운 것인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대신해 주었으면 했을 정도이다. 그러면 해결사와 헤어지거나 하지 않았다. 그녀석에게 저런 슬픈 얼굴도 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긴토키와 헤어진 지 한 달, 히지카타는 자나깨나 긴토키를 생각하고 있었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 자신에게 있어서 그 남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던가.

가슴이 답답하다. 다시 한번 해결사가 보고 싶다. 만나서 사과하고 싶어. 너를 좋아한다고 전하고 싶어.

어쩔 수 없는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히지카타는 누군가에게 부딪쳤다.

“아, 죄송합니다. ”

앞도 보지 않고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던 자각이 있었으므로, 곧바로 사죄한다. 고개를 들고 눈을 떴다.

“해…”

바로 한 달 전까지 애인이었던 남자.

그리워 견딜 수 없었던 남자가 눈앞에 있어 히지카타의 가슴이 꽉 죄었다.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넘쳐흘렀고 자연스럽게 말이 흘러나왔다.

보고 싶었다. 계속 계속 보고 싶었다. 그때는 나빴다. 형편 좋은 말을 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좋아하는 거야. 나랑 다시 한 번.

“누구세요? ”

혹한의 눈보라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였다. 쏟아지던 긴토키에 대한 생각이 히지카타의 목구멍에서 얼어붙는다. 더 이상 말하기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긴토키의 얼굴은 모멸과 혐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땅에 들러붙은 토사물을 시야에 넣어 버린 것처럼.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옛 애인에게 긴토키는 코를 킁킁거린다.

히지카타 옆을 무뚝뚝하게 가로지르더니 태도를 180도 바꿔 조금 앞에서 만나기로 한 남자에게 다정하게 손을 들었다.

“요, 하세가와 씨! 나빴어, 기다리게 했네.”

“괜찮아 긴상 근데 괜찮아? 지금 불러세우지 않았어? ”

“그거 모르는 사람. 뭔가 착각해서 나에게 말을 걸었나봐. 민폐지?”

“엥? 모르는 사람이라니 그 사람 진선조의 부장님. . . ”

“됐으니까 됐으니까. 자, 빨리 가자구!”

긴토키는 하세가와를 이끌고 술집가로 사라졌다.

멀어져 가는 남자의 등을 히지카타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강가에서 우두커니 히지카타는 무릎을 껴안고 있었다. 이제 석양도 완전히 진다. 돌아가야 하는데 다리가 안 움직여.

후회로 가슴이 답답하다. 긴토키의 그렇게 차가운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히지카타라고 이름을 불러오는 남자의 눈빛은 언제나 따뜻하고 상냥했는데.

어떻게 난 그렇게 헤어질 수가 있었지?

적어도 좀 더, 제대로 머리를 맞대고 긴토키와 이야기를 해 두었어야 했다. 간단하게 애인을 잘라 버린 것을 히지카타는 후회했다.

하지만 아무리 탄식해도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긴토키와는 이제 두 번 다시 사랑하는 사이로 돌아갈 수 없다.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눈물이 흘러서 멈추지 않는다.

혹시 다 내 꿈이었나.

히지카타는 자조했다.

왜냐하면, 우리 관계는 주위에 비밀이었다. 관계가 드러나면 진선조의 일에 지장이 생긴다고 해서 내가 해결사에게 묵비를 강요했다.

그러니까, 우리들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인간은 해결사 밖에 없는데, 그 해결사에게 부정당하면, 마치, 연인으로서의 행복했던 시간은 모두 내가 만들어 낸 적당한 망상같지 않은가–히지카타는 괴로움에 허덕인다.

“마요라 너 왜 우는 거냐 해? ”

“히지카타 상 괜찮아요? 다치기라도 하셨어요? ”

갑자기 머리 위에서부터 소리가 났다. 히지카타는 황급히 소매로 주르르 눈물을 훔쳤다. 얼굴을 들고 잘 아는 소년 소녀에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으스대며 대답한다.

“눈에 큰 먼지가 들어갔을 뿐이다. 너희들은 장보러 갔다 왔냐. 조심히 들어가. 잠깐 바람 좀 쐬었을 뿐이니까 나도 이제 둔소로 돌아갈게. ”

히지카타는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섰다. 그렇게 슈퍼 봉지를 손에 쥔 해결사의 종업원들에게 등을 돌렸는데…… 팔을 잡혔다.

히지카타의 손목을 잡은, 히지카타보다 훨씬 작은 소녀가 날카롭게 묻는다.

“먼지가 들어갔을 뿐인데 보통 한 시간씩이나 울지 않아. 대체로 바람 쐰다고 한 시간씩이나 이런 곳에 있는 게 이상하다 해. 거짓말 하지 마.”

“카, 카구라짱. 그런 직구로. 저, 히지카타씨 죄송합니다. 실은 한 시간 전 슈퍼에 가는 도중에도 히지카타 씨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는 말을 걸지 않았는데 퇴근길도 같은 곳에 앉아 있길래 궁금해서요.”

히지카타는 입을 다물었다. 여느 때 같으면 잽싸게 돌아가는 머리도 오늘만큼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 멀쩡한 핑계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혹시 긴짱 일이냐. 긴짱이랑 헤어진 거 후회되는거냐 해?”

왜 우리 관계를 알고 있지? 히지카타는 동요했다. 긴토키가 두 사람에게 말한건가.

“아, 아니에요. 긴 상으로부터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단지 반년 정도 전부터 긴 상, 항상 들떴어요. 행복하게. 그래서 애인이라도 생겼나 이렇게 저희끼리 몰래 얘기하고 있었거든요. 그것이 정확히 한달전, 히지카타씨가 천인공주의 호위가 된 무렵부터 굉장히 거칠어져서. 히지카타씨의 이야기가 나오면 특히 기분이 언짢아서, 혹시 긴 상의 애인은 히지카타씨일까요. ”

부정해야 한다. 너희한테는 상관없다고 대답해야 해.

하지만 지금 히지카타는 너무 지쳐 있었다. 거짓말을 해서 속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 맥없이 본심이 떨어졌다. 어차피 알려져봤자 다 지나간 얘기고. 그런 꿍꿍이도 있었다.

“…그래, 난 해결사와 사귀고 있었다. 하지만 한 달 전에 전부 끝났어. 내 멋대로 그녀석을 버렸다. 내가 다 나빠. 그러니까 난 후회따윈 하면 안돼. 그런데 오늘 그녀석을 만나서 무시당해서 그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

어린애를 상대로 이런 우는소리를 나는 내뱉어. 한심해. 꼴불견이다. 히지카타는 말하면서 자기를 더욱더 책망했다.

“마요라가 우는 이유를 알겠어. 그런데 여기서 우는 이유를 모르겠네. 운다면 진선조의 네 방에서 울면된다 해.”

“. . . 있기 힘들어서 말이야. ”

이제는 추스릴 기력조차 없어 순순히 밝힌다.

“공주님과 이번 한 달 어떻게 보냈느냐, 공주님이 어떻게 귀여움을 받았느냐 등 여러가지 물으면, 거기에 그럴듯하게 대답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애인으로서 행동하는 동안은 항상 긴장하고 있었으니까, 그 반동일지도 몰라. 이제 거짓말은 지쳤다. 거짓말은 뱉고 싶지 않아…연정을 속이는 일이 이렇게 괴로운 줄은 지금까지 몰랐어.”

진선조 귀신 부장이 듣고 기가 막힌다. 좋아하는 남자를 흔들고, 싫어하는 여자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그런 사소한 임무조차 완수하지 못하다니. 나는 귀신도 아무것도 아닌, 한 사람의 약하고 여린 인간이었다는 것을 히지카타는 뼛속까지 깨달았다.

“과연. 그러니까 마요라는 긴짱에게 미련이 있어서 빨리 재결합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둔소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거네. 아휴, 너 꽤 귀찮구나. ”

“카구라야, 그러니까 그런 살도 뚜껑도 없어. ”

“시끄러운 신파치! 나는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네 해, 마요라. 긴짱에게 몹쓸 짓을 한 주제에, 너 정말로 아직도, 긴짱을 좋아해? 사랑한다고 가슴 펴고 말할 수 있어?”

긴토키를 좋아하는가. 사랑하는지.

히지카타는 망설인다. 긴토키를 훼손해 놓고, 배신해 놓고, 그런 감정을 갖고 있어도 좋을 리가 없다.

그래도 마음이 봇물 터지듯 했다. 이번 한 달 내내 억지로 참았던 마음이 폭발한다.

“좋아해. 그거야. 아직 그녀석을 좋아해…나는 전부 줄 수는 없는데. 그런걸 생각하면 안돼. 그런데. . . 좋아서 견딜 수가 없어. . . !”

한번 멈췄던 눈물이 다시 사르르 떨어졌다.

눈물에 젖은 히지카타의 모습은 너무나 애처로웠다. 그래서 소년소녀들은 동시에 말했다.

“오늘부터 마요라는 해결사의 아이가 되면 된다”와

”오늘부터 히지카타씨는 해결사에서 사세요”라고.

2.

“다녀왔어어. 카구라아, 신파치, 사장님 오셨다. ”

“어, 어서 오세요, 해결사. 밥 먹을래? 목욕할래? 아니면, 어, 나. . . 어, 기다려 차이나. 무리야. 역시 무리, 부끄럽다……”

“무리가 아니다 해! 토시 너 근성이야! 이 정도 교태를 부리지 못해서 피로 피를 씻는 결혼활동 서바이벌 배틀을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안심해, 긴짱 결혼하면 신부가 매일 이걸 말해주는 건 꿈이야-라고 했으니까, 당당하게 가는 거야. 그리고 해결사가 아니라, 긴토키라고 불러.”

“어, 어, 우선 이름부르기가 안 돼! 사귈 때도 이름부르기 같은 거 한 적 없어!”

“. . . 신파치. 이게 뭐야? 연극이야? 설명해줄래? ”

하세가와와 과음하고, 아침에 돌아온 긴토키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분홍색 나폴나폴 에이프런을 입고 쑥스러워하는 히지카타였다.

으엑, 하고 눈을 긴토키부터 돌려졌지만, 히지카타라고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강요를 당해서 어쩔 수 없이 말이다.

그래, 히지카타를 해결사에 살게 하기로 결정한 카구라와 신파치의 행동은 억지스럽고 재빨랐다. 싫어하는 히지카타를 여기까지 끌고 와서 히지카타가 여기서 둔소에 다닐 수 있도록 허가를 곤도에게 받았고, 내친 김에 야마자키가 자기 소유물과 일용품을 운반하도록 한 것이다.

히지카타가 카구라로부터 “신부의 올바르게 행동하는 방법에 대하여”의 강의를 받는 동안, 신파치는 긴토키에 간단하게 사정을 설명했다.

신파치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긴토키가 말한 것은 “집에서는 기를 수 없습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세요”였다.

“에이, 싫어. 토시는 벌써 우리 애야. 저런 고릴라가 있는 동물원에는 되돌려놓지 않는다 해.”

“안 돼요! 우리 집에 사다하루가 있어요. 막부의 개까지 키울 수 없어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다수결로 하죠. 히지카타씨가 해결사에 있는 것이 싫은 사람-”

긴토키가 손을 든다.

“그럼, 히지카타씨가 해결사에 있어줬으면 하는 사람-”

신파치, 카구라, 그리고 카구라에 이끌려 히지카타도 손을 든다.

“네. 3대 1로 히지카타 씨가 이곳에 사는 것은 가결되었습니다. 좋아요 긴상.”

신파치가 손뼉을 가볍게 치며 선언하자 “괜찮긴 뭐가 빌어먹을 놈이 아아아아!”라고 긴토키가 고함을 질렀다.

“이런 건 다수의 폭력이란 말이야! 소수의 의견을 내팽개치는 오만한 사회는 어차피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해서 멸망할 거야! 어쨌든 난 반대니까! 사장님 명령이야, 됐으니까 빨리 그놈을 내쫓아! 보고 있으면 메슥거려!”

히지카타는 어깨를 들썩인다.

봐봐, 역시 이렇게 됐어. 그래서 여기 오고 싶지 않았구나. 더 이상 미움받기 싫은 일념으로 나가겠다고 하던 히지카타의 입을 카구라가 막는다.

“토시 도망가면 안돼. 도망가면, 계속 긴짱과 화해같은건 못하네 해. 토시는 긴짱과 화해하고 싶지?”

그렇게 귓전에 대고 속삭였다.

“그럼 긴상의 의견도 들어봐야죠. 어째서 히지카타 씨가 해결사에 있는 거, 싫어요?”

신파치에게 똑바로 질문받고, 긴토키는 곧 내뱉는다. 그 녀석이 매정해서, 라고.

“어쩐지 벌써 여러 가지 들킨 것 같아서 하는 얘기지만, 나하고 반년 사귄 거야. 그 녀석은 사귀는 동안부터 제멋대로인 놈이었다. 그래도 난 불평 하나 없었어. 하지만 역시 나라는 애인이 있으면서 이국의 공주와 바람을 피운다니 아무리 임무라고 해도 나를 너무 바보로 만들고 있잖아. 그래서 난 얘랑 헤어지기로 했어. 얘도 그걸 받아들였고. 그러면서 공주가 귀국하자마자 복연을 강요한다니 비상식적이잖아. 제멋대로야. 나라도 생각하는 거야. 어차피 이 녀석은 처음부터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구. 그런 매정한 놈이 우리 집에 있다니 참을 수 없어.”

긴토키의 말은 옳다고 히지카타는 생각했다.

히지카타 자신이, 자신의 방자함은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 긴토키 앞에서 도망치고 싶은데 두 아이는 히지카타를 꽉 누르고 용서해주지 않는 것이다.

“과연 알겠습니다. 긴 상은 히지카타씨가 매정해서 싫다고, 자기를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싫어한다고. 그럼 히지카타 씨가 정말 그런지 테스트해 봅시다.”

“제4문제, 두 사람의 교제는 긴 상이 히지카타씨에게 끈질기게 강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만, 제일 최초의 긴 상의 고백 대사를 대답해 주세요—예 긴 상”

“뭐랄까, 확실히 나, 너 계속 좋아했는데 같은 느낌의 녀석.”

“삐—다 해. 완전히 다르다 해. 네, 발언권은 강제로 토시로 넘어갔지. 토시, 대답하세요.”

어디 보자, 하고 히지카타는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어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건 확실히 ‘히지카타군. 나 히지카타군을 보고 있으면 무라무라한데 호텔 가지 않을래? 아니 실은 나 말이야, 전부터 네가 신경쓰였었다’다.”

“네 히지카타씨 정답입니다. 랄까 긴 상 최악이네요. 너무하잖아요. 그럼 다음 문제 가겠습니다. 긴상은 틀렸기 때문에 다음 문제의 답안권은 없습니다. 다섯 번째, 두 사람의 첫 데이트 장소는 어디입니까?”

“…아마도 호텔, 인가? ”

“정답이다 해. 방금 건 럭키 문제였던 건 알겠지? 긴짱과 토시, 사귀고 나서 호텔과 술집밖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 2택이었던거다 해. 제대로 된 데이트도 받지 못하다니 토시 불쌍하네.”

“아니야 아니야. 그건 듣고 흘려버릴 수가 없네. 카구라짱. 나는 히지카타에게 몇번이나 데이트를 권유했다고. 하지만, 들키면 싫으니까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은 히지카타고. 잠깐 기다려, 에에!!! 도대체 뭐야 이 망할 전개는 아아아아악!!”

히지카타 옆에 앉아 있던 긴토키가 탁상의 값싼 답변 부저를 박살냈다.

“아~ 뭐하세요?” “뭐하는 거냐 해”, 하고 이것 또한 싸구려 나비넥타이를 맨 사회자 두 사람이 어이없어 한다.

“긴 상이 그랬잖아요. ‘히지카타는 매정. 어차피 처음부터 나를 좋아하지 않았잖아’ 그래서 그것을 두사람의 추억 퀴즈라는 형태로 시험해 보았습니다만…축하합니다! 히지카타씨 전문 정답입니다! 이것으로 매정이라는 오명은 벗어버리네요!”

“토시 대박이네! 긴짱과의 이것저것 잘 기억하고 있던 거다 해! 토시는 애정이 깊네!”

태평하게 지껄이는 아이들에게 긴토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는 듯한 형상을 떠올렸다.

“이 녀석의 어디가 애정이 깊어! 애정이 많은 놈은 사귀는 남자 버리고 다른 여자랑 바람피우거나 하지않는거야! 랄까, 도대체 그 문제를 어떻게 만든거야! 우리가 처음 사귄 때 일을 어떻게 알았어!”

그것은 히지카타도 신경이 쓰였다. 긴토키와 히지카타밖에 알 수 없는 정보를 카구라와 신파치는 웬지 가지고 있었다.

“아, 이번 질문은 모두, 이쪽 히지카타씨의 일기에서 출전했습니다”

“어제 토시가 이 집에 들고 온 짐 속에 들어 있던 거다 해.”

신파치가 꺼낸 책에 히지카타는 어지럽다. 틀림없이 내 일기였고, 거기에는 긴토키와의 이것저것을 제법 숨김없이 적고 있었다.

그것을 보여졌다. 아이에게, 게다가 긴토키의 아들 딸 같은 그들에게.

“어, 보자 보자? [2월 말일 맑음. 오늘로 해결사가 다가온지 스무번째.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몇번이나 고백을 받으면, 나로서도 유대감이 생겨 버린다. 왜냐하면 나도 원래 해결사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백에 고개를 끄덕이자, 호텔로 데리고 들어갔다. 하지만 해결사에게 옷을 벗겨지다가는 수치로 죽을 지경이다. 남자들끼리 성행위 같은 건 할 수 없어. 그러나 이제 와서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해결사는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미안하다, 급했다. 갑자기 깜짝 놀라지. 안심해, 아픈것도 무서운것도 안하니까. 오늘 밤은 만지기만 해서 기분 좋아지잖아. 그렇지? 라는 말을 듣는다. 그때 해결사의 얼굴이 너무 상냥해서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아, 나는 해결사를 좋아한다고 재차 자각했다] 호우. 토시, 긴짱에게 호의가 있네. 긴짱도 의외로 신사요. 자아 다음 페이지는. ”

계속해서 음독할 것 같았으므로,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카구라에게 달려들었다.

“카구라 그만둬라아아! 시집가기 전의 여자가 그런 외설적인 일기를 읽어서는 안됩니다!”

“차이나 아아아! 세상엔 사생활이란 게 있어! 그 이상 읽으면 체포다!”

두 사람은 카구라의 손에서 일기를 가로챘다.

히지카타와 긴토키의 책을 쥔 두 손가락끼리 겹쳐진다.

히지카타는 얼굴이 시뻘겋게 상기되면서 경직됐고 긴토키는 마치 바퀴벌레를 맨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혐오감을 드러냈다.

긴토키는 일기째로 히지카타를 밀어젖힌다.

그것이 상당한 강도였으므로, 히지카타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난폭하게 다루어져 히지카타는 가슴이 아프다. 카구라도 말했지만, 연인일 때는 매우 신사이고 상냥했는데.

“히지카타씨, 괜찮으세요!? 잠깐 긴 상, DV는 안돼요. 가정폭력은 금지입니다.”

“그녀석은 우리집 사람이 아니니까 가정폭력은 해당사항 없는거야”

“어휴, 그만 우기세요. 히지카타씨, 마음대로 일기 읽어서 미안해요. 그렇지만, 히지카타씨의 긴 상에 대한 생각과 한 번 헤어져 버린 것에 대한 후회, 읽고 있으면 가슴이 아플 정도로 전해졌습니다.”

“맞아. 그거 읽으면 긴짱도 토시가 박정하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 토시는 반성하고 있어서, 긴짱과 화해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긴짱도 토시랑.”

“시끄러워!! 함부로 지껄이지 마! 내 속도 모르고!”

긴토키의 노호로 온 집안이 떨리다.

그 압력에 히지카타는 물론 신파치도 카구라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아 예 예. 알겠다 알겠어. 신파치, 카구라, 너희들 좋을 대로 해라. 알았어? 난 절대 그놈을 인정하지 않겠어. 너희들이 멋대로 이 녀석을 살게 하는 건 괜찮지만, 난 그 녀석을 공기 이하의 존재로밖에 인식하지 못해.”

긴토키는 내뱉으면 현관으로 향한다. 긴토키는 어디로 갈지도 알리지 않고 집을 나가 이틀 정도 돌아오지 않았다.

히지카타가 해결사 사무실에서 묵게 된 지 일주일. 긴토키에 있어서 히지카타는 문자 그대로 공기 이하의 존재로 전락했다.

히지카타에게 이야기를 걸지도, 히지카타의 이야기를 듣는 일도 없다.

그러기는커녕, 좋은 아침, 잘 자, 다녀왔습니다.

히지카타가 긴토키에 던진 그런 사소한 인사에도 긴토키가 즉각 반응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한번 무시하면 견딜만 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계속 되면 기분이 자꾸자꾸 닳아 버렸다. 힘든다, 슬프다, 힘들다

애인으로서가 아니어도 좋다. 적어도 시야에는 들어왔으면 했다.

너무나 괴로워서 긴토키도 카구라도 잠들어 고요한 밤, 해결사 사무실 소파에 무릎을 꿇고 담요를 뒤집어쓴 히지카타는 훌쩍훌쩍 울었다.

쥐죽은 듯 고요한 집안에 히지카타의 울음소리만 울린다.

그때 미닫이문이 난폭하게 열렸다. 언짢은 얼굴을 한 긴토키가 침실에서 나온다. 긴토키는 쿵쿵 발소리를 내며 히지카타로 다가왔다.

아, 내 울음소리에 깨운 건가. 그렇다면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해결사가 나에게 말을 걸어줄지도 몰라. 그게 나에 대한 불평이라고 해도 해결사가 또 나를 시야에 넣어줄지도 몰라.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히지카타의 마음은 건강하게 뛰었다.

그러나, 긴토키는 히지카타 옆을 지나 부엌으로 향했을 뿐이었다.

마치 이 자리에는 자신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태도로 냉장고에서 차를 꺼내 마신다.

알고 있었을 터였다.

한번 긴토키가 공기로 취급한다고 한 이상 공기보다 나은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터인데도 한순간이라도 기대한 자신이 꼴사납고 비참해 히지카타의 눈동자에서 점점 눈물이 흘러내렸다.

“……싫다. 나 또 스탠드에라도 홀렸나? 왠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울음 소리 같은 게 들리는데요.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일해야 하는데 잠이 안 와서 불편해. 제멋대로 눌러앉아 불쾌하다. 얼른 나가주지 않을까.”

호된 꾸지람을 듣고 히지카타는 몸을 움츠렸다.

“일에서 피곤해서 돌아왔는데 말야, 집에 이상한 것이 있어서 쉴 수 없다는 것은 지옥이지만. 제멋대로의 핑계로 나를 차놓고도 용케도 이 집에 들어와놓곤. 낯짝이 두껍다는 건 이거지–이런 민폐 자식, 빨리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만 듣고 싶었다.

낮에 만약 긴토키가 이런 말을 한다면 곧 신파치와 카구라가 제지에 들어가 히지카타 편을 들어주게 되는데 여기에는 아무도 없다. 공기인 히지카타에 긴토키의 욕설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히지카타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 집에서 나와, 자신이 정말로 있는 곳으로, 진선조로 도망쳐 돌아오는 것 밖에 없다.

그러면 이제 더 이상 긴토키에 욕먹을 일도, 미움을 받을 일도 없는 것이다.

히지카타는 일어섰다. 휘청휘청 현관으로 간다. 이제 아무래도 좋다. 아무래도 좋으니까 한시라도 빨리 이 불편한 장소에서 도망치고 싶다.

히지카타의 가슴에 있는 것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거실에서 나오려고 했을 때 카구라의 “도망치면 안돼. 도망치면, 계속 긴짱과 화해따윈 할 수 없어. 토시는 긴짱과 화해, 하고 싶지?” 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긴토키와 사귀고 나서 도망치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토키와 사귀기 시작하여 무서운 일이 많이 생겼다. 주위에 이 관계가 알려지는 것은 무섭다. 남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도 두렵다.

그런 몇 개의 “무섭다”가 있었다.

하지만, 긴토키는 무서운 것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히지카타 일에 지장이 생긴다면 우리가 연인이라는 건 둘만의 비밀로 하자. 히지카타가 싫으면 난 너를 끝까지 안는 짓도 하지 않아. 안 무서운 것만 해” 그렇게 말하고.

긴토키가 너무 상냥해서, 눈치채면 도망치는 것이 버릇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헤어질 때도 히지카타는 더 이상 긴토키에 힐난당하기 싫은 일념으로 대화도 하지 않고 도망쳤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긴토키와 화해를 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 등을 돌리는 일은 안 된다. 긴토키에게서 도망가면 절대 안돼.

히지카타는 주먹을 불끈 쥐자 겁쟁이가 된 기분을 북돋웠다.

긴토키를 돌아보며 정면으로 싫다고 분명히 선언했다.

“난 너와 다시 시작하고 싶다. 너를 좋아한다는 감정에 거짓말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만에 하나라도 너와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면 죽어도 매달리겠다. 네가 내 얼굴 보기 싫은 거 알아. 그래도 난 네가 좋으니까, 여기 있을게. 다시 한 번 네가 좋아하게 될 때까지 나가지 않을 거야. ”

울음을 터뜨리며 새빨개진 눈으로 그래도 강하게 히지카타는 선언했다.

다만 다리는 덜덜 떨리고 보기 흉할 정도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히지카타가 설마 자신에게 대항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긴토키는 눈을 부릅뜨고 놀랐다.

한동안 떨면서도 선언한 히지카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빈 잔을 책상 위에 올려놓더니 말없이 침실로 향한다.

역시 답장은 못 받네. 히지카타가 낙담하기 시작했을 때,

“그럼 직성이 풀릴 때까지 마음대로 해라. 내가 널 다시 좋아할 일은 절대 없으니까 어차피 헛수고로 끝나겠지만.”

히지카타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대답이 듣고 싶어서 환청이라도 들린걸까 봐. 하지만, 그런데도, 자신이 들은 말을 믿었다.

“아, 마음대로 할게. 잘 자, 해결사.”

두근두근 하면서 잘자라고 했다. 어차피 무시당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긴토키에 말했다.

근근이 머뭇거리는 기색 뒤 “…잘 자, 히지카타”라고 긴토키부터 작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영락없는 환청이 아니다.

그대로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침실로 사라지는 것을 배웅한 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꿈만 같다. 또 그 남자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대답을 해줬어.

아주 작은 발걸음이었지만, 너무 기뻐서 히지카타는 소리를 죽이고 다시 울고 말았다.

3.

“히지카타 씨, 오늘 저녁은 뭐예요? ”

“오늘? 오늘 저녁은 초밥이야”

“햐호! 역시 토시가 식사 당번인 날은 최고네! 그치, 긴짱”

“맞아. 얼마 전이 유명한 피자고, 그 앞이 만한전석이고, 게다가 그 앞이 호시모치점의 스키야키였지. 역시 비싼 가게 배달은 최고야”

네 사람은 식탁에 앉자 두 손을 모았다.

참치 뱃살 연어 성게알 등 원가율 높은 재료만 들어간 현란한 호화 초밥에 손을 뻗쳐봤자 정신을 차린 것은 긴토키였다.

“잠깐만 기다려봐!! 식사당번때마다 배달시키는거 그만둬!!”

히지카타의 비스듬한 앞에 앉은 긴토키가 테이블을 두드린다(다만 충격으로 특상 초밥이 뒤집히거나 하지 않게 상당히 조심했지만).

“네 다음으로 밥 만들면 신파치와 카구라, 특히 카구라이지만 “아아 긴짱의 밥 질렸다 해. 이제 계속 배달이 좋다 해. 응? 긴짱 배달-, 배달 배달-“하고 시끄럽다구! 우리 카구라짱은 계란덮밥으로 기뻐해주는 궁상맞은 혀의 착한 아이였는데 무슨 짓을 한 거야! 우리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밥을 선뜻 내놓지 말란 말이야!”

마요네즈를 듬뿍 뿌린 가리비를 먹던 히지카타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긴토키에 혼이 나 당황했다.

단둘이서 이야기한 심야 이래, 긴토키가 노골적으로 히지카타를 무시하는 일은 없어졌다(라고 해도 긴토키의 태도는 동거인에 대해 최저한도의 예절을 지불한다고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화가 돌아온 대신에, 긴토키부터 히지카타에게 붙여진 것은 “가사 당번”이었다.

“이 집에 산다면, 네놈에게도 가사는 담당해 달라고 할게”라고 긴토키는 통보했다. 히지카타로서는 별로 상관없었다.

청소도 빨래도 보통 정도는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요리였다.

요리 경험도 없고, 마요네즈만 있으면 만족하는 인간인데 요리를 해 봤자 맛있는 맛을 판별할 수 있을 리 없다.

고로 히지카타가 내린 결론은, 돈의 힘으로 해결하면 되겠지? 였다.

맛있는 밥집에서 돈을 주고 밥 맛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건설적이고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판단해 소문난 맛집만 엄선해 배달시켰다. 해결사 모두 기뻐해 주고 있다, 라고 생각했지만……아무래도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히지카타 너, 다음부터는 제대로 네가 밥 만들어라. 가장명령이야. 거부권은 없어. 싫으면 나가라고, 카구라짱 신파치군! 너네들 아까부터 참치만 먹지 마! 내 몫이잖아. 알았냐!”

“아, 죄송합니다. 긴상 투정 부리기나 하고. 음. 역시 비싼 초밥은 맛있네!”

“안심하면 좋네. 긴짱의 몫은 벌써 신파치와 내가 먹어준 것이네. 참치뱃살 정말 입안에서 녹아 없어진다 해!”

“안심하라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예요!! 아악!! 말하는 순간부터 연어까지 독식하는구나!!”

사이 좋은 세 사람이 왁자지껄 떠드는 것을 히지카타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요리를 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지?

“괜찮아요 히지카타씨. 저라도 괜찮으시면 알려드릴게요. 히지카타 씨라면 곧 할 수 있을 겁니다.”

신파치가 살짝 귀띔했다. 신파치의 도움에 히지카타는 감사했다. 제대로 된 안경이 가르쳐 준다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히지카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안돼, 이 사람. 절망적으로 요리에 센스가 없어. 평소에는 재주가 있는데, 요리라면 왠지 갑자기 재주가 없어지고, 게다가 미각도 부족하고, 뭐든지 마요를 투입하려고 하는 어레인져이기도 하고. 안 되겠다, 이 사람. 큰일 났다. 히지카타씨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그랬기 때문에 그만 두 번이나 안 된다고 했지만 정말 안 되겠어 이 사람. ”

10번째의 카레 도전으로, 10개째의 물체 X가 완성되어 버렸을 때, 신파치가 부엌의 구석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

히지카타는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카레가 되어야 할 물체의 앞에서 갈팡질팡하며 “미, 미안 안경, 나 때문에”라고 신파치에게 사과했다.

선천적으로 히지카타는 하면 되는 아이였다. 검술도 학문도 무슨 일이든 하면 그만한 결과를 내왔다. 그러니까 조금만 노력하면 요리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히지카타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비정하다.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센스가 없고, 할 수 없는 것이 있는지 몰랐다.

“괜찮아요 히지카타씨. 이 정도 수준으로 요리를 못하면 더 이상 히지카타 씨 탓이 아닙니다. 뭐랄까 개인의 노력으로 어떻게든 되는 레벨을 넘었으니까 사과할 것 없어요. 나쁜 것은 히지카타씨가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이 세계입니다. 물리법칙과 기타 여러 가지입니다.”

신파치는 팔로우 해 주지만 그 팔로우 내용은 자각하지 못하고 신랄해서, 히지카타의 가슴에 푹푹 꽂혔다. 거꾸로 침울해진다.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신경 쓸 거 없어요! 히지카타 씨처럼 뭐든 잘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런 요리를 잘 못하거나 갭차이로 좋으니까요!”

아 맞다.

신파치가 손뼉을 쳤다.

“히지카타 씨 요리 당번, 제가 다 맡겠습니다. 대신 제가 하는 청소를 부탁드릴 수 없을까요? 그럼 긴 상도 불평하지 않을 테니까요. 못하는 분야에서 승부할 게 없어요.”

신파치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히지카타이라도 아무리 해도 늘 것 같지 않은 요리를 더 이상 계속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 그럼 부탁한다”고 입을 열었지만…… 역시 그만둔다.

“안경, 그러면 안 돼.”

“왜요? 요리 정도는 못한다고 해도…”

“아, 뭐, 그렇긴 한데. 하지만, 역시 도망치고 싶지 않아. 만약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있으면, 해결사는 재검토해 줄지도 모르고. 날 다시 좋아해 줄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미안하다, 너를 귀찮게 해서 미안하지만, 좀 더 나랑 어울려 줘!”

히지카타는 신파치에게 힘차게 머리를 조아렸다. 신파치는 자존심이 강한 히지카타가 이렇게 순순히 고개를 숙인 것에 깜짝 놀랐지만 곧 고개를 들어 주세요 라고 부드럽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열 번 정도 만에 포기하자니 제가 너무 근성이 없었네요. 이렇게 되면 나도 끝까지 어울리겠습니다! 긴 상도 인정할 정도로 맛있는 요리……는, 조금 모르겠지만, 최소한 음식에 견딜 수 있는 요리는 만들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힘내요!”

에이 에이오 하고 신파치가 주먹을 하늘을 향해 치켜든다.

낚여서 히지카타도 주먹을 내지른다. 이리하여 히지카타의 요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히지카타 측에 주도권을 쥐게 하면, 기본적으로 물체 X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은 신파치의 옆에 붙어, 신파치의 어시스턴트로 일관한다.

요리를 전혀 몰랐던 히지카타에게 신파치는 요리의 가다다를 정중하게 지도했다. 히지카타도 신파치가 한 말을 전부 노트에 메모해 가지고 다녔고, 일하는 시간에도 가끔 되돌아 보았다.

그러다 보니 점점 맡을 일도 많아져서 얼마 지나지 않아 [좋아요, 그럼 슬슬 다음 요리 당번은 혼자서 만들어 볼까요]라는 신파치의 말을 들었다.

“나 혼자? 별로 자신 없는데. . . ”

“괜찮아요. 지금의 히지카타 씨라면 간단한 요리 정도는 할 수 있어요! 히지카타 씨, 제가 이렇게 말하면 잘난 척 하지만, 잘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했지만, 경탄할 만한 향상 속도였습니다. 자신감 가져요.”

겸연쩍었지만 답지 않게 요즘 요리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 나쁘지는 않다.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 그럼 다음 요리 당번 날은 혼자 어떻게든 해볼게. ”

그렇게 가슴을 폈는데.

왜 오늘따라 해결사, 귀가가 빠른거야!

긴토키의 기운을 느끼며 당근의 껍질을 벗기는 히지카타는 욕을 한다. 긴토키는 기본, 히지카타가 요리 당번인 밤은 돌아오는 것이 늦었다. 그래서 오늘도 늦는 줄만 알았는데 왜 오늘따라.

긴토키가 같은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안정되지 않는다.

아, 이런, 당근 껍질 너무 두껍게 깠어. 큭, 안 되겠어. 집중할 수 없어, 나의 동요, 해결사에도 전해지고 있지.

히지카타는 주뼛주뼛 거실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긴토키는 소파에 누워 스르르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오늘 일은 토목공사 심부름이라고 했다. 돌아오자마자 자다니 어지간히 피곤했을 것이다.

온화한 잠자는 얼굴.

“일하느라 수고했어. 맛있는 저녁식사……는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될 수 있는 대로 내 나름대로 노력하니까. ”

토목공사 때 묻었을 긴토키의 뺨에 묻은 진흙을 닦으며 나직이 속삭였다.

좋아, 피곤한 해결사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요리해야지, 라고 히지카타는 한층 더 힘을 내기로 했지만.

“아, 그거. . . ? 왠지 싱거워, 나? 왠지 싱겁다, 그렇지? ”

카레 맛을 보고 히지카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다. 제대로 레시피대로 만들었을 텐데.

루가 모자란 것일까. 그렇다면 분명히 찬장 위에 스틱이 있었을 것이라고 발판을 가져왔다. 찬장을 찾으면 다른 메이커의 루는 확실히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종류의 루를 혼합해도 좋은 것인지 히지카타에게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같은 놈이 아닐까 하고 찬장 안쪽을 보려고 발판에서 기지개를 켰을 때, 히지카타는 균형을 잃었다.

등에서 쓰러져 버린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친 것은 냄비였다. 부글부글 끓는 카레에 히지카타의 손이 닿아, 카레 냄비가 흔들려 히지카타의 뒤를 쫓듯이 떨어져 내린다.

아, 큰일났다, 최악이다.

초조하지만 낙하하는 자세에서는 낙조를 하는 게 고작이어서 뜨거운 냄비까지 다 처리하지 못한다. 히지카타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곧 덮칠 것이다, 뜨거운 냄비의 충격에 대비했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것이 히지카타에게 덮쳐 오는 일은 없다. 그러기는 커녕, 히지카타의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일도 없고.

“—–어이. 야, 괜찮아?”

히지카타는 조심조심 눈을 떴다.

도와준 것은 긴토키였다.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한숨이 얼굴에 걸릴 정도로 근처에서, 약간 초조한 듯이 히지카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엌에 비친 황혼이 긴토키를 자세히 보면 의외로 단정한 얼굴을 반짝반짝 비춘다.

그런 긴토키에 도움을 받은 히지카타의 감상은 “해결사는 왕자님 같다”였다. 조심스럽게 말해서 지금의 히지카타에는 긴토키가 왕자로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궁지를 이렇게도 홧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구해 주다니, 멋있다. 좋아해. 결혼했으면 좋겠어.

넋을 잃고 바라본 히지카타에게 히지카타의 왕자는 말했다.

“뭐 하는 짓이야, 얼빠져서.”

어이없는 말투로 내뱉겨지자 히지카타는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 정신이 팔려있을 때가 아니다.

“앗, 해, 해결사, 내, 냄비는?“

“손으로 잡고 스토브 위에.”

“다쳤어? ! 아니, 화상 같은 거 아니야? !”

“잘 잡아서 괜찮아”

긴토키는 큰 소리를 내는 히지카타를 성난 듯이 밀며 난폭하게 일어났다. 그 바람에 긴토키의 가슴에 있던 히지카타는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이, 바보 같으니라고. 내가 조금만 더 낮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면 대형 참사였을 거야. ”

긴토키는 투덜거리면서 마음대로 요리의 맛을 보았다. 카레를 한입 핥아 얼굴을 찡그리면 척척 향신료를 찔러 넣어 맛을 정돈한다.

“어이, 내가 간 봐줬으니 더 이상 건드리지 마. 그리고 너 거기 공책에 적어놓은 레시피 보면서 요리 만들었냐?”

긴토키기가 턱으로 주방 귀퉁이를 가리킨다. 거기에는 히지카타가 자작한 요리 노트가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면 긴토키는 한숨을 내쉰다.

“히지카타군, 임기응변이란 말 몰라? 루에 따라 필요한 수량은 다른 거야. 만들기 전에 적어도 패키지 뒷면 정도는 확인해봐. 정말. 카레도 제대로 만들 수 없는 데다가, 큰 사고를 치고. 철저히 요리에 적합하지 않구나. 하아. 네놈의 당번은 나랑 신파치가 맡으니까, 다음부터 요리 안해도 좋아. 안 맞는거 하다 무리해서 사고를 내면 민폐다.”

“어, 기다려. 분명히 이번에는 좀 실수를 했지만 다음엔.”

“시끄러. 애초에 너의 망할 요리 스킬은 조금 연습한 정도로는 개선되지 않아. 진선조 일 틈틈이 연습해 보았자 소용없잖아. 안다면 두번다시 요리 같은거 하려고 생각하지 마. 뭣하면 여기서 나가주는게 제일이지만. 애인으로서의 보람도 없으면서 나랑 다시 사귀고 싶다니 우습지. 네놈은 평생 범죄자만 상대하면서 살아라 불량 경찰.”

히지카타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반박하고 싶지만 할말이 하나도 없어. 그렇게 신파치의 가르침을 받고 카레 하나 만들지 못한 것은 히지카타다.

“에, 죄송합니다. 아, 잠깐, 싸움이라도 하는 건가요?”

불온한 공기를 감지한 모양이다. 긴토키와 히지카타 사이에 신파치가 재빠르게 비집고 들어간다.

“싸움 같은 건 안 해. 그것보다 팟쨩, 이놈을 잘 감시해. 나는 피곤하니까 밥까지 한 번 더 잔다.”

긴토키는 침실에 틀어박혔다. 말 그대로 긴토키는 저녁식사까지 깨어나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 히지카타는 신파치와 나란히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덧붙여서 긴토키는 목욕탕에 들어가, 카구라는 거실에서 즐거운 듯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비교적 화목한 저녁상이었지만 히지카타의 마음은 맑지 않았다.

“나, 역시 적성에 맞지 않아. . . ”

나직이 중얼거리자 신파치가 멀뚱히 고개를 갸웃한다.

“네가 계속 요리 연습 도와줬는데 안 되겠어. 나는 검을 휘두르는 것은 적합하지만, 요리에는 완전히 부적합하다는 것을 오늘 실감했다. ……. 적합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역시 좋지 않은 것이겠지. 요리뿐만 아니라 연애도 전혀 적성에 안 맞아서. . . . 그런 내가 해결사를 좋아하고 있는 건 안돼, 그런가. 진선조 이외에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것은 역시……. 아, 젠장. 어쩔 수 없네 나는. 도망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고민만 하고.”

히지카타는 설거지를 멈추고 검은 머리카락을 벅벅 긁었다.

신파치는 행주로 냄비의 물방울을 닦으면서 곤란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어떻게 히지카타를 격려할까 궁리하고 생각한 끝에 입을 연다.

“히지카타씨. 전 오츠우 짱을 따라다니고 있는데요. ”

“아, 아아. 그랬겠지만. ”

갑자기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히지카타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오츠우짱의 노래는 대단합니다. 힐링도 되고 안정이 되고 노래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이 세상에 내려온 천사죠.”

오, 오, 하고 대답하고 히지카타는 좀 물러섰다.

한때 공식 FC의 자리를 둘러싸고 싸운 적도 있으므로 데라카도 츠우가 좋은 가수라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이렇게 뜨겁게 말해 버리면 역시 진짜 오타쿠는 무섭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노래가 좋다는 것 뿐으로 그만큼 평생을 바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노래 이외의 것을 시작해도 응원하고 싶고, 만약 오츠우짱이 연애를 한다고 한다면, 팬으로서는 매우 복잡하고 충격이지만 그래도 지켜보고 싶습니다…… 어쨌든 히지카타씨. 맞지 않는 것도, 하고 싶다면 해 봐도 나는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적합하지 않은 것과 관계 없습니다. 진선조가 가장 소중하다고 해도 긴 상도 좋아한다면 좋아하면 돼요.

진선조에 대한 사랑도, 긴 상에 대한 사랑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 좋습니다, 양립해도 됩니다.”

열두 살 아래 소년이 타이르자 히지카타의 마음은 흔들렸다. 그렇지만, 그리고 있어 후끈후끈 따뜻해진다.

하지만 좋은 것일까. 진선조가 소중하다. 하지만 해결사도.

“그런 욕심 부린 걸 대놓고 생각해 버려서 해결사는 싫어하지 않을까.”

“히지카타 씨, 실은요. 긴 상의 아르바이트 현장 감독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만, 긴 상, 오늘 서둘러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것 같아요. 제가 미리 오늘부터 히지카타 씨가 혼자 요리한다고 전해 드렸기 때문에 걱정하셨겠죠. 자는 건 연기였을 거예요. 자고 있는 척 하다가 히지카타 씨가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몰래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귀찮은 일은,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밖에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자신 좀 더 가져요. 긴 상은 확실히 히지카타씨에게 화내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히지카타씨를 아직도 좋아합니다. 진선조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면 기뻐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리도 걱정이니까 그만두라고 한 것뿐이고, 히지카타씨가 노력하고 싶다고 하면 응원해 줄 거예요, 반드시.”

“해결사. 잠옷과 속옷, 여기에 둘게. ”

설거지가 끝나자 히지카타는 목욕탕 건너 긴토키에게 말을 걸었다. 신파치에게 등을 떠밀려 조금만 용기를 내려고 한 것이다.

“……그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돌아온다. 히지카타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자 “오늘은 도와줘서 고맙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계속한다.

“그리고 요리 당번은 예전처럼 맡을 테니까. 다음에는 꼭 잘할게.”

유리창 저편에서 긴토키가 어이없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을 저질러놓고는 무슨 소리야, 라고.

그것을 알았으므로, 히지카타는 도망치듯 탈의실에서 도망쳤다. 우선 오늘은 선언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만족한다.

다음날, 히지카타는 일하는 휴식시간에 요리노트를 펼쳤다. 어제의 일을 복습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레의 페이지를 펼쳐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거기에는 빨간 펜으로 어젯밤 히지카타의 요리가 얼마나 맛이 없었는지 장황하게 쓰여 있었다.

푸념과 지적이 끝없이 이어지는 짜증스러운 글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요리를 실패한 원인이나 히지카타가 눈치채지도 못한 주의점과 개선점이 적혀 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음식 만들어도 되는데 사고만 치지 마라. 그리고 나나 신파치가 없을 때는 불은 쓰지 마”라고 퉁명스러운 글씨로 어젯밤의 대답이 기록되어 있었다. 츤데레야?

히지카타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빨간 펜 글자를 휴식시간 내내 다시 읽어버렸다. 쿵쾅쿵쾅 뛰는 고동을 누르면서 히지카타는 슬며시 노트를 덮는다.

느닷없이, 신파치의 “좋아하는 것은 양립해도 좋다”라고 하는 격려가 생각났다.

옳지 않다고 해도 양립해도 좋다. 나는 진선조가 중요해. 곤도씨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해결사의 일도 중요하고 좋아.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고양돼 일단 기분 좋게 귀가하기 위해 남은 일도 열심히 하든지 하며 뺨을 토닥였다.

4.

“토시! 지금부터 긴짱 생일선물 사러 간다 해.”

“……하? ”

히지카타가 야근을 마치고 해결사에 귀가하자 카구라가 갑자기 큰 소리로 선언했다.

“몰랐어? 오늘은 긴짱 생일이야! 그래서 여기서 귀엽게 선물하고 요즘 정체 기미가 있는 긴짱과 토시의 친밀도를 쌓자 대작전을 결행한다 해!”

아무튼 그런 신바람이 난 카구라에게 이끌려 히지카타는 쇼핑을 하러 몰려나갔다.

하지만, 카구라와 함께 쇼핑몰에 간 것은 좋지만, 순조롭게 선물 찾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예쁜 옷을 발견하면 그때마다 소녀가 하나하나 멈춰 선다.

그것이 몇 번 계속 되면 히지카타도 깨닫는다.

“차이나, 너 옷 사고 싶냐? ”

마네킹을 올려다보는 카구라에게 말을 걸자 소녀는 깜짝 놀라 어깨를 툭 쳤다.

“뭐, 무슨 소리야!? 벼, 별로 갖고 싶지 않아 이런 거! 이런 장난스러운 옷,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해!”

라고 말하는 것에 비해, 시선은 조금씩 물방울 원피스에게 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가격표를 보며 한숨을 작게 내쉬는데.

그 수작이 어찌나 야속한지 히지카타는 카구라의 시선까지 몸을 굽혔다.

“차이나. 우리 약속을 바꾸자. 오늘은 해결사의 생일 선물과 나를 그 집에 초대해 준 차이나들에게 내가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는 선물을 사는 날로 삼겠다.”

그러나 카구라는 말을 더듬는다. 평소에 그렇게 억지를 부리면서 이상한 곳에서 사양하는 것이 사랑스럽다.

“차이나, 난 너희에게 너무 고맙다. 그러니까, 사례하게 해주지 않을래? 내게 사례 받는 거, 싫은가? ”

소녀의 예쁜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묻자, 그녀는 머뭇거린 뒤 조그맣게 머리를 흔들었다.

페미닌한 프릴과 리본이 장식된 원피스를 입은 카구라는 기분이 좋다. 카페의 테라스석에서 생글생글 파르페를 먹는다.

“토시, 고마워! 이런 푹신한 옷 입은 거 처음이다 해……하지만 제, 제대로 어울리고 있냐 해? 긴짱과 신파치, 이런 꼴을 보고 웃거나 하지 않냐 해? ”

“웃지 않아. 잘 어울리니까. 차이나, 너는 더 귀엽다고 우쭐대도 괜찮아.”

“. . . 우쭐? 후후, 그러냐 해? ”

카구라는 멋쩍은 듯 원피스 스커트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그리고 포니테일을 흔들며 히지카타에 토시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귀엽다고 우쭐해준다 해 라며 꽃처럼 웃었다.

“근데 토시는 머리 잘 묶네”

지금 카구라가 하고 있는 포니테일은 히지카타가 묶어준 것이었다.

그 원피스에는 여느 때의 경단보다 다른 머리 모양이 어울릴 것이다, 라고.

“왜 그렇게 잘하냐 해? ”

반짝이는 눈에 히지카타는 쓴웃음을 짓는다. 창피해서 가만히 있고 싶었지만 이렇게 순수한 눈으로 물으면 나도 모르게 입이 가벼워진다.

“옛날엔 머리가 길었다. 그때는 맨날 내가 묶었으니까 싫어도 잘할 수 있다. “

“흠. 토시는 잘생기고 머리가 찰랑찰랑하니까 그야 긴 머리도 어울렸을 거야. 그치? 다시 길러라 토시. 롱헤어 토시가 보고 싶다 해!”

“역시 이 나이가 되면 더 기를 수 없어, 하하.”

히지카타가 무심코 웃어 버리자 카구라가 “뭐가 이상하네? ”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역시 해결사와 너는 닮았구나, 하고. 예전에 너희 사장에게서도 똑같은 말을 들었지. 생각났어…그리워. ”

파국하기 조금 전의 일이었다.

옛날, 머리를 하나로 묶었던 일을 이야기하자 남자는 소녀와 같은 반응을 했다. 그래서 지금과 똑같은 대꾸를 했다. 남자는 제안을 해왔던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앞머리 올리기 같은 거 해봐 히지카타. 잘 어울릴 거야라고.

“음. . . . 그렇다면 뭐, 언젠가는 해도 되겠지. 언젠가라면.”

히지카타가 적당히 응하자 남자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손가락 걸자 히지카타군. 손가락 걸기. 언젠가 앞머리를 올린 히지카타군도, 나이를 먹어 흰머리가 되어 버리는 히지카타군도, 전부 보여줘. 포니테일은 보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전부 나에게 보여줘. 나를, 쭉 옆에 둬줘.”

그리고 긴토키는 강제로 손가락을 걸었다.

손가락을 거는 동안, 히지카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가 하면, 울적하군, 였다. 그 때의 히지카타는 몇일전에 앞둔 침입으로 머리가 꽉 차서 긴토키의 희롱 따위는 상대하고 있을 수 없었다.

정말 어리석었다. 이제라면 알 수 있다. 그 때의 긴토키는 농담 따위는 전혀 없고, 진심으로, 나와 평생 함께 보내고 싶다고 순수하게 바라고 있었다.

그런 순수한 소망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나는 박살냈다.

히지카타에 어두운 그림자가 비치다.

“토시 왜 그러냐 해? 왠지 모르게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다 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있지, 토시. 다음에는 다같이 쇼핑하러 오자. 다음은 긴짱도 신파치도 꼬시는 거다 해!”

“어? 아, 안경은 오겠지만… 해결사는 어떨까. 나와 함께 쇼핑 같은 건……해 줄까”

히지카타는 쓴 커피를 홀짝홀짝 마신다.

한번 헤어지고 이제 와서 냉정하게 당시를 돌이켜보니 히지카타는 자신이 아무리 횡포하고 불성실했는지를 싫을 정도로 통감하고 있었다.

정나미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복연은 역시 어려운 것도.

해결사에 얹혀살게 된 지도 꽤 지났고, 그야 첫날에 비하면 확실히 관계는 좋아졌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할 것 같은 기색은 전혀 없었다.

“토시짱, 너 역시 우울해 보이네. ”

“……아니, 아무렇지도 않다. 그럼 휴식도 하고 쇼핑도 계속 할까?

소녀가 걱정스럽게 묻자 히지카타는 미소를 짓더니 일어섰다.

긴토키의 생일선물은 과자로 했다. 그렇다면 절대로 빗나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히지카타가 생각했고, 카구라도 거기에 동의했지만,

“하지만 역시 뭔가 물건도 주는 것이 좋다 해! 아, 그래, 팬티 같은 것이 좋다!”라고 히지카타에게 제안했다.

왜 팬티일까. 이상했지만 확실히 긴토키의 속옷은 모두 구멍이 나 있거나 너덜너덜했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다.

싸지도 않고, 그렇다고 울적해 할 만큼 비싼 것도 아니므로 가격적으로도 딱 좋다.

백화점 지하에서 대량의 과자와 남성복 판매장에서 속옷을 사고 히지카타는 쇼핑몰을 뒤로 한다.

“아아 토시. 그 선물 가지고, 지금부터 퇴근길 긴짱 데리러 가. ”

“아니, 전달은 집에 가서 해도 되잖아? ”

“안 돼. 이런 건 의외성이 중요해. 긴짱은 설마 토시가 선물을 가지고 데리러 올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테니까 깜짝 놀래켜 줄거야. 그게 무조건 좋다 해.”

그래도 내가 혼자 데리러 가면 해결사는 싫어하지 않을까. 안 받지 않을까.

히지카타는 겁이 많다.

“토시.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은 나, 토시가 집에 오는 게 좀 싫었다 해. 토시는 긴짱을 좋아하지만, 나랑 신파치나 사다하루도 좋아하게 될까 불안했어. 그리고 긴짱에게 상처를 준 토시에 대해 조금 화가 났었네.”

갑작스러운 고백에 히지카타는 놀랐다. 히지카타를 가장 적극적으로 집으로 초대했던 것은 카구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바로 당연한 것인가, 라고 다시 생각한다.

아직 열네살. 사춘기의 다감한 시기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남자가 집에 정착하는 것이 얼마나 부담이 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고, 가족을 사랑하는 소녀가 긴토키의 호의에 안주하고 있던 히지카타에게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처음 뿐이야”

어두워지기 시작한 히지카타에 카구라는 밝게 대답했다.

“토시는 우리에게도 잘 상냥했던 거네 해. 청소 잘하고, 요리도 잘 못하지만 열심히 하고, 사다하루의 산책도 같이 해주니까. 게다가, 오늘도 나에게 어울리는 옷 함께 생각해 주고, 신파치가 갖고 싶어했던 앨범을 선택해 주고, 사다하루에 비싼 장난감 사 준 거다 해. 긴짱을 슬프게 한것도 굉장히 후회하고 있어. 그래서 토시, 나는 토시가 너무 좋아.”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카구라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기찬 미소를 지었다.

하늘색 원피스가 꽃잎처럼 나폴거린다.

“토시는, 토시를 싫어했던 나를 몹시 좋아하게 만든 거다 해. 그 정도로 토시는 매력이 있다는 거야. 그래서 더 우쭐해져도 된다 해. 나도 내가 귀엽다고 우쭐할테니까 너도 긴짱이랑 한번 더 사이좋게 될 수 있다고 우쭐해라― ― 그래서 이곳은 작전 『 적극적으로 나가자!』로 가는거다!”

이렇게 카구라에게 등을 떠밀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의뢰처로 향했던 것이다.

긴토키의 의뢰처– “싱글벙글 보육원”의 앞에서 히지카타는 대량의 과자를 든 채로 서 있었다. 오기는 했는데 마중이라니 부끄럽다. 돌아가려던 히지카타의 등에 “뭐야, 신파치가 아니라 네가 과자 사 온 거야”라고 잘 아는 목소리가 던져졌다.

되돌아 본 히지카타는 충격을 받았다–귀엽다.

하늘색 앞치마를 입고 많은 아이들을 거느린 보부 스타일의 긴토키는 정말 멋있었다. 결혼해 줘.

심쿵해 움직일 수 없게 된 히지카타의 수중으로부터 긴토키는 종이봉투에 들어간 대량의 과자를 빼앗는다.

“우와, 다 고급 제과점이야? 이런 건 슈퍼에서 하는 버라이어티팩이면 돼. 정말이지, 상식이 없네. 뭐 됐어–오, 꼬맹이들-, 기다리고 기다리던 간식이 왔어-, 간식타임으로 하니까 방에 들어가라”

네, 하고 아이들은 활기차게 대답하면 건물 안으로 긴토키와 함께 사라져 버린다.

넋을 잃고 바라보던 히지카타였으나 홀로 남겨져 정신을 차린다. 간식? 저건 생일 선물로…

아마 신파치에게 사오도록 부탁한 원아의 간식을 신파치가 부탁한 히지카타가 가져왔다, 라고 긴토키는 믿고 있다.

그건 원아의 간식이 아니라 긴토키의 생일 선물인데.

우선 뭔가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 히지카타는 황급히 긴토키의 뒤를 따랐다.

문을 드르륵 열고 외친다.

“잠깐, 잠깐만, 해결사, 그 과자는–”

“오빠, 혹시 긴짱 좋아해? ”

발 밑에 작은 여자아이가 하나 서 있었다. 히지카타는, 네? 하고 고개를 비튼다.

“저어, 갑자기 무슨 일이야……? ”

“어, 좋아하지. 왜냐면 내 여자의 감이 오빠는 긴짱을 좋아한다고 말하잖아!”

여아가 큰 소리로 선언했다.

“어? 이 오빠도 긴짱을 좋아한대? ”

“어떡하지? 그럼 이 오빠도 신부야? ”

“에-,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긴짱을 좋아하는 애, 전부 8명이 되니까 안 돼. 아까 월요일부터 일요일, 하루마다 교대해서 일곱 명이서 긴짱의 신부가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말이야. ”

히지카타 발치에 깜찍한 여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얼굴을 맞대고 심각하게 이야기한다.

“얘들아, 왜 그러는 거야? 빨리 앉지 않으면 과자 못 먹어.”

긴토키가 귀찮은 듯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아, 긴짱. 이 오빠, 긴짱의 신부가 되고 싶대. 하지만 오빠를 신부로 넣으면 신부가 여덟 명이 돼버려. ”

“일곱 명밖에 안 되는데 어떡하지? ”

수수께끼 이론을 말하는 소녀들에게 다그쳐, 긴토키는 흘끗 히지카타의 얼굴을 본다.

거기에는 어, 뭐야. 너, 나의 신부가 되고 싶니? w라고 바보짓 하는 색이 있어, 히지카타는 발끈하고 뺨을 물들인다.

“아, 안심해라. 저 오빠는 신부가 아니라……그렇지. 애인 같은 거나 해 주면 되지.”

애인. 히지카타 몸이 얼어붙었다.

“긴짱, 애인이라니? ”

“응? 애인이란 건 신부만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구나. 신부는 가족이지만 애인은 가족이 아니잖아.”

히지카타는 불끈 주먹을 쥔다. 분하고 슬펐다. 아이를 상대로 장난삼아 한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네놈은 나의 가족이 되지 못한다고 통고받은 것 같아서, 왠지 매우 괴롭다.

어린 시절. 저택에서 떨어진 집에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아버지를 가만히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난다.

당시의, 어머니와 둘이서 세계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에 등을 돌리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나쁜 일은 계속되는 법.

막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밖에서 물장구를 치던 소년의 호스 물이 히지카타에게 튀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히지카타는 하늘부터 땅까지 흠뻑 젖어 버린 것이다.

“히지카타군 자, 왜 그런 타이밍에 물바다가 되는 거야? 분명히 도짓코 속성이잖아 너—자.”

긴토키가 타월을 히지카타에게 던진다. 의무실까지 끌려온 히지카타는 말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음, 아, 럭키. 어른용 옷이 하나 있네. 그래도 역시 속옷까지는 아닌가. 어쩔 수 없어. 너 노팬티로 가.”

찬장을 뒤지고 있는 긴토키를 히지카타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긴토키가 깨닫는다. “너 손에 뭐 들었어? “라고

말릴 사이도 없이 긴토키는 히지카타에게서 그것을 빼앗았다. 역시 히지카타도 당황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게 뭐야? 팬티야…… 포장됐어? ”

적어도 눈치채지 말아 달라고 바라지만 눈치가 빠른 긴토키는 쉽게 정체를 간파했다.

“…혹시 이거 내 생일 선물 같은 거? ”

히지카타는 입을 다문다. 그 침묵이야말로 해답이었다.

“에. 그렇다면, 아까 그 과자도 그래? ”

히지카타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어떻게 최악의 타이밍에 다 알아?

히지카타는 점점 더 침체되고, 게다가 긴토키가 계속하는 말이 히지카타의 마음을 더욱 도려냈다.

“……흥. 그렇구나. 일부러. 하지만 생일이란 좋아하는 사람이 축하를 해주니까 의미가 있어. 네게 축하를 받아도 불쾌할 뿐이니까, 아이가 먹어줘서 다행이야. 이 팬티도 자, 딱 좋은데? 노팬티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까 쓸데없이 걱정하지마. 나한테 줬으면 쓰레기통 갈 거고.”

자, 하고 긴토키는 히지카타로 되던진다. 하지만, 히지카타는 그것을 받지 않고, 상자에 든 속옷은 히지카타에게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

“뭐야? 새삼 충격이라도 받은 거야? ”

“…아니. 네가 절대로 받아 줄 리 없다는 것쯤은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으니까. 왜냐면 난 너의 가족이 아니잖아. 좋아, 애인, 나는. 뭐 그렇지. 결국은 첩의 자식은 첩이다. 너의 가족이 될 수 없다는 것쯤은 알아.”

자포자기하는 기분이었다. 축축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귓구멍을 후비면서 “우울하네”라고 내뱉었다.

“내가 그런 취급 받는 거 알고, 너 해결사에 눌러앉아 있는 거 아냐? 싫으면 나가. 난 말리지 않아. 그럼, 나, 일 돌아갈게. 알아서 돌아가라.”

긴토키는 그것만 말하고 나갔다.

홀로 남겨진 히지카타는 무릎을 쥔다.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쭐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어렵다.

히지카타는 잠시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 이를 악물고 목놓아 울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았다.

며칠 후 휴일 낮 해결사에 싱글벙글 어린이집 보모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지난번 사례비 가져왔는데 긴 상 계십니까? 지난번에는 죄송해요, 그때는 옷을 다 물바다로 만들어버려서”

“아니요, 저야말로 옷을 빌려서 신세를 졌습니다. 저, 긴토키는, 지금 조금 손을 뗄 수가 없어서……”

대응한 히지카타는 눈을 찡긋한다. 긴토키는 집에 있었지만, 어제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쓰레기집을 청소하고 온 탓인지, 12시가 지났는데도 카구라도 긴토키도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머나 그래요? 그럼 지난번에는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여성은 돈이 든 봉투와–그리고, 과자 꾸러미를 히지카타에게 건네준다.

그 과자에 히지카타는 놀랐다. 그건 지난번 긴토키에 생일선물로 줘야 했던 물건이었다.

“긴 상, 일 너무 잘해 주셔서 과자는 감사인사입니다. 그때 간식으로 내놓으신 이 과자를 못 먹어서 안타까워했거든요.”

“……안타까워? ”

“에, 당신을 의무실에 데리고 돌아온 후, 긴 상 “아 미안하지만, 아까의 과자 아직 있습니까? 있으면 좀 나누어 주었으면 하고 말해 와. 이젠 없어요라고 대답했더니 너무 풀이 죽어 있어서, 꽤 먹고 싶었나 하고 말입니다.”

생글생글 사람 좋은 여자가 지껄인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의외여서 머리에 얼른 들어오지 않는다.

“아, 그리고 당신에게 원생이 전하는 말이 있어요. 다음에는 여덟 명이서 긴짱의 신부가 되겠대요. 뭐라더라, 긴 상이 “역시 혼자만 왕따는 불쌍하니까, 아까의 오빠도 나의 신부로 해 줄래? 애인은 역시 심한 말을 했다……. 아, 그리고 애인은 안 좋은 말이니까 외우면 안 돼. 그리고 그 오빠한테는 말하면 안 돼”라고 말했다고요.”

“아아아아악!! 선생님 정말 대단히 많이! 이야아, 요전에는 신세졌습니다아악! 덧붙여서 아까는 아이의 소꿉놀이에 맞춰 대충 지껄였을 뿐, 깊은 의미라곤 전혀, 요만큼도 없어!!”

거실에서 긴토키가 튀어 나왔다.

붙임성 있게 보육교사인 여성과 잡담을 하고, 그녀를 귀로에 오르게 하면, 긴토키는 히지카타로 향했다.

“저기 말이야 히지카타군. 아까 전혀 아니니까, 전혀 아니니까. 아니, 이상한 착각 같은 건 하지 말아줘. ”

“흥. 이상한 착각은 하지 말아, 냐 해. ”

언제 깨어 있었는지 어느새 긴토키 뒤에 서 있던 카구라가 히죽히죽 웃는다.

“그럼 긴짱. 이건 어떻게 설명할 생각이냐?”

그러자 카구라는 재빨리 긴토키의 바지를 내렸다.

거기가 나타난 것은 히지카타가 저번에 산 속옷.

아니, 왜. 왜냐하면 나는 그걸 입고 돌아가서, 결국 허무해져서 쓰레기통에 버렸잖아. 그것을 왜 긴토키가 입고 있는 것인가.

“긴짱 토시가 사용한 팬티를 입다니 좀처럼 변태다 해-. 뭐 좋아하는 아이의 팬티를 탐내는 것은 건전한 남자라면 그럭저럭 있는 일이네.”

시끄러운 대화를 나누는 긴토키와 카구라를 곁눈질로 히지카타는 뺨이 서서히 열을 가져간다.

아까 보육교사의 말, 그리고 눈앞의 사실. 히지카타의 가라앉아 있던 마음이 상승해 간다.

아, 이제 됐어. 그런 짓궂은 말을 해 놓고도, 긴토키는 끝까지 상냥하고.

“이봐, 히지카타! 그러니까 착각하지마! 분명히 애인 취급한 것은 역시, 그, 나빴다고 반성했고, 그 건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두 번 다시 말할 생각도 없지만, 그 이외에는, 전혀, 나는 나쁘지 않으니까! 너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알고 있어.

하지만 미움을 받아 마땅한 일을 나는 해 버렸으니까. 호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우습다.

그러니까 히지카타는 “알고 있어”라고 응하려고 생각했는데, 옆의 소녀에게 “토시, 힘내. 더 우쭐해지면 좋다”라고 격려 받는 순간, 히지카타의 입에서 실제로 흘러나오고 있던 말은 “싫어”였다.

“……네? ”

“그러니까 싫어. 해결사가 뭐라고 하든 착각, 한다. 해결사는 나에게 얽매여 주고 있다. 이대로 열심히 하면 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온 힘을 다해 착각한다. 야, 꼭 또 언젠가, 날 다시 좋아하게 만들어 줄 거야. 그러니까.

각오해 긴토키”

히지카타는 등 뒤로 손을 마주잡고 긴토키 앞에서 포근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옥호가 아닌 처음 긴토키라 불리고, 게다가 극상의 미소를 보내면 긴토키의 뺨이 주홍빛을 띤다.

“아-긴짱 수줍어 하네-”

“수, 수줍지 않아! 왜 내가 이런 놈한테!”

“어, 그래. 예예. 그럼 그런걸로 해줄게–차이나, 저녁식사 사러 갈까?”

“네에~ 간다 해!”

그대로 카구라와 히지카타는 해결사로부터 사이좋게 나간다.

“잠깐만 기다려 카구라, 히지카타!”

“어? 뭐야? 너도 와? 따라와도 되는데 바지 잘 입고 와. 아, 그리고 까먹고 있었는데 생일 축하하고.”

농담을 한 히지카타의 뒤를, 츄리닝 바지를 올리면서 “네놈, 축하한다는 말을, 덤처럼 하지마!”라고 긴토키가 황급히 뒤쫓는다.

“뭐야? 나한테 더 귀엽게 축하한다는 말 듣고 싶었냐? 흠, 그럼 생일 축하해 긴토키♡ 좋아해♡…… 이걸로 돼?”

“뭐야, 그게 뭐야! 그런 건 전혀, 조금도 요만큼도 귀엽다고 생각 안 해! 정말이라니까!”

“긴짱. 토시가 입고 있던 팬티를 입은 남자가 그런 말을 해도 전혀 설득력이 없네. ”

“으, 으윽……!”

“앗, 긴상, 히지카타 상, 카구라! 안녕하세요!”

출근길 신파치와도 합류했고, 거기서 네 사람은 휴일 오후를 가족단란의 즐거운 쇼핑에 소비하기로 한 것이었다.

5.

“수고 많았어 부장님. 이리 좀 와봐.”

밤. 히지카타가 일에서 돌아오면 해결사 사무실의 계단아래에서 오토세로부터 손짓받았다. 옆에 가니 “이거 줄게”라며 몇 장의 티켓을 쥐여주었다.

“놀이공원 무료권이야. 제비뽑기로 당첨되었지만, 나는 이런 데 관심이 없으니까. 걔네들하고 갔다 와, 딱 네 장 있으니까. ”

거절하려고 생각했지만, 오토세의 웃는 얼굴에서 그녀의 호의가 전해져 와서, 히지카타는 고맙게 받기로 했다.

“어쩐지 미안하네. 선물 사올게.”

“괜찮아. 당신이 여기에 살게 되면서 긴토키의 집세 체납도 비교적 줄었으니까 말이야. ”

히지카타는 쓴웃음을 짓는다. 해결사 사무실에 사는 조건의 하나가 집세 절반이었으므로, 긴토키의 집세 부담은 꽤 편해졌을 텐데 그런데도 아직 체납하고 있다니 무슨 소리야, 그 마다오.

기회를 보아 제대로 진언할까 하고 은근히 마음먹었다.

“게다가 전보다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술을 마시는 횟수도 줄었고, 역시 저런 남자라도 신부를 얻으면 책임감에 눈을 뜨는구나. ”

“신, 신부, 라니……”

히지카타는 볼을 붉혔다. 오토세로부터 그렇게 생각되고 있던 것을 알고 부끄럽고……그리고 조금 간지러웠다.

“아아 미안해. 특별히 놀린 게 아니야. 아무튼 응원할게. 힘내. 저런 얼렁뚱땅한 남자에게는 너처럼 똑 부러진 애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니까. ”

오토세는 고개를 숙여 버린 히지카타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린다. 긴토키의 친근자인 그녀로부터 격려받은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히지카타는 작고, 그런데도 분명한 목소리로 “힘내겠습니다”라고 응했던 것이다.

티켓을 신파치들에게 보이자 “갑니다!” “가고 싶다 해!”이라고 기세 좋게 덤벼락맞았다.

“토시 내일! 내일 간다 해”

“카구라야 내일은 역시 무리야. 히지카타 씨가 편하신 날 다같이 갑시다.”

“그래 조만간 휴가를 낼 테니까”

“히지카타. 잠깐만 이리 와봐.

거기까지 잠자코 있던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팔을 잡아 부엌 구석까지 데리고 간다.

뒤에서 카구라와 신파치가 즐거운 듯이 유원지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긴토키가 말을 꺼냈다.

“저기. 이런 거, 그만 두지 않을래? 카구라와 신파치, 대단히 기대하고 있잖아. ”

차근차근 눈총을 받지만 히지카타는 영문을 알 수 없다.

“뭐, 뭐야. 둘이 기대해주면 안 되냐.”

“어차피 일 들어가서 예정 망쳐버리잖아. 나와의 약속을 몇 번 어겼어.”

히지카타는 숨을 삼켰다. 해결사, 오늘 못 가게 됐으니까, 그런 대사를 연인 시절 긴토키에 몇 번이나 불성실하게 내뱉었는지, 다른 사람도 아닌 히지카타 자신도 싫을 정도로 기억이 있었다.

“난 어른이니까. 너한테 캔슬당해도 참을 수 있었지만, 걔네들은 무리야. 갑자기 못 가게 돼서 애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겠어. 불쌍하다고는 생각 안 해? 우리 애들을 다치게 하는 짓은 못 봐주겠군. ”

“그 건은 나빴다고 생각해…하지만, 믿어줬으면 해”

“양치기 소년의 “믿어줘”만큼 믿을 수 없네”

히지카타 자신도 그 사죄가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지 알고 있었다.

단지, 그런데도 말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다.

“절대 그날 하루 쉰다. 캔슬 따윈 없으니까.”

“무리겠지”

“무리가 아니야!…… 곤도씨에게 제대로 말한다. 소중한 사람과 꼭 같이 있고 싶으니까 하루 쉬게 해 달라고, 말한다. 미안하다. 사실은 진작부터 곤도씨에게 전해두었어야 했다. 나는 줄곧 너를 소홀히 대해왔어, 미안해.”

히지카타는 긴토키에 대해서 깊게 고개를 숙였다.

애인 시절 갑자기 일을 호출받아 나가면 곤도는 언제나 휴가인데 너무 미안하군. 무슨 약속이 있지 않았느냐고 걱정해 주고 있었다.

그걸 촌스럽다. 별볼일 없다고 대답한 것은 히지카타다.

굳이 자신이 가지 않아도 괜찮은 호출의 때조차, 긴토키와 예정이 있어도 부러 일을 하러 나가고 있었다.

긴토키와 깊은 사이라고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워서, 긴토키를 만나기 위해서 호출을 거절하는 것이 왠지 한심해서, 예정은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긴토키에 어리광을 부리고, 얼마나 긴토키에 소홀했던가.

“긴토키. 확실히 진선조는 나의 영혼이자 가장 소중한 존재다. 그렇지만 벌써, 너도, 신파치들도 중요한 존재가 되어 있어. 욕심이라는 건 알지만, 둘 다 소중히 하고 싶다. 중요한 것을, 양립시키고 있어.”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싶어서 히지카타는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예전 같으면 설명 같은 건 안 했을 거야.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걸로 됐어. 그렇게 반드시 도망치고 있었다.

그렇지만 긴토키나, 자신을 받아 준 이 장소가,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 알고 있는 지금의 히지카타는, 알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전과가 있어. 의심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난 넷이서 나가고 싶어. 나랑 유원지 가는 거, 그렇게 싫은, 가……?”

회청색의 눈동자에 진지하게 응시되어 긴토키도 무엇인가 생각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하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아, 그래. 그럼 네가 하루 쉴 수 있다는 거, 너무 기대하지 않고 기대할게. ”

그 답변을 받은 히지카타는, 이번이야말로 긴토키를 배신하지 않도록 마음에 굳게 맹세했다. ……지만.

유원지에 나가기 전날, 열이 났다. 38도 5분. 꽤 고열이었다.

“히지카타씨 괜찮으세요? 역시 저, 지금이라도 간병하러 갈게요.”

“하하……괜찮다. 옮기면 안되잖아. 미안하지만 차이나한테는 비밀로 해줘.”

카구라는 신파치와 함께 오늘 밤, 항도관에 묵기로 되어 있었다. 감기를 옮기지 않기 위해서. 놀이공원을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카구라였으므로, 쓸데없는 걱정은 시키지 말라고 히지카타가 신파치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아, 네. 카구라짱에게는 잠자코 있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은 긴 상도 일로 없고, 역시 혼자 두는건……”

“괜찮아. …사다하루가 아까부터 계속 곁에 있으니까. ”

히지카타는 휴대전화를 들고 병상의 자신 옆에 앉아 할짝할짝 걱정스럽게 볼을 핥는 개의 머리를 오싹오싹 쓰다듬었다.

“어쨌든 문제 없어. 내일 아침까지는 기합으로 고치겠다.”

의식해서 밝은 목소리를 만든다. 신파치는 끝까지 막다른 곳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밀어붙이는 형태로 전화를 끊었다.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던지자 히지카타는 무거운 머리로 탄식했다.

휴가를 얻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요 며칠 일에 너무 집중했다.

아, 자신이 한 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진선조에서 열심히 일하는 나와, 해결사 사무실에서 차분히 긴토키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나로 매일 로테이션 하는데.

그런 발칙한 일을 생각해 버리는 자신을 눈치채고 히지카타는 흔들흔들 머리를 흔들었다.

생각해 봤자 열이 내리지 않는다.

히지카타는 편의점에서 사온 죽과 영양드링크를 배에 집어넣고 해열제를 삼킨 뒤 사다하루의 포근함을 느끼며 이불 속에서 눈을 감았다.

잠에서 깨어나면 제발 이 열이 내려갔으면 하고 바라면서.

이마가 유난히 차갑구나 생각했다.

“정말, 네놈은 억지를 부리고 있어. 우리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건 기쁘지만 말이야……자신이 망가지면 본전도 못 찾잖아, 바보, 얼빠진 놈. ”

심술궂은 말을 하는 주제에 몹시 상냥한 목소리가 난다.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방안에서 히지카타가 좋아하는 남자가 막 이마에 찬 수건을 얹고 있는 참이었다.

“아, 깼어. 컨디션 어때?”

아,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구나. 열 때문에 환각을 보는구나. 히지카타는 그렇게 판단했다.

이것이 현실일 리가 없다. 이런 온화한 얼굴을 지금의 나에게 긴토키가 향해 줄 리가 없다.

그래도 좋은 꿈이야. 모처럼 좋은 꿈을 꾸고 있으니까, 거기에 젖으려고 히지카타는 나른한 몸을 움직여, 남자를 껴안았다.

긴토키는 놀랐지만 놓아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것은 내 꿈이니까, 좋을 대로 행동해도 좋다.

“긴토키. 긴토키. 나를, 꼭 안아줘 긴토키, ……긴토키, 응? ”

응석을 부려 조르니, 히지카타의 등에 쭈뼛쭈뼛 남자의 양손이 돌려져 꽉 안겼다. 자신을 껴안는 남자의 힘에 히지카타의 뇌수가 녹는다.

오랜만에 긴토키에게 감싸여 행복해서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기뻐서 견딜 수 없다.

히지카타는 남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행복감에 취한다.

그러나 깨닫고 말았다. 긴토키부터는 분 냄새가, 여자 냄새가 난다. 슬며시, 히지카타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

“싫어. 싫어 싫어. . . ! 치사해, 그런 거 치사, 치사하다!”

“어이, 이봐. 왜 갑자기 울어.”

퍼덕퍼덕 날뛰며 울음을 터뜨리는 히지카타를 억누르려고 긴토키가 팔에 담을 수 있는 힘을 강하게 한다.

그 바람에 여자의, 긴토키에 사랑받았을 여자의 냄새가 보다 강하게 비강을 찌르고 절망에 빠져든다.

“그치만, 여자냄새가. . . . 너 여자 안았어. . . . 싫어, 왜? 그런거 치사해, 읏, 부러워. . . . 나도 긴토키한테 귀여움 받고 싶어. . . . 뭐야, 왜 그여자뿐이야. . . . ”

싫어 싫어 하고 남자의 품 속에서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히지카타가 투정했다.

“하아? 참나. 제멋대로인 녀석이야. 너 역시 이국의 공주님 상대로 같은 짓을 했으면서. 한 번 정도는 참아라.”

심술궂다. 꿈속에서조차 긴토키는 짓궂다. 흐으, 하고 히지카타는 입술을 삐죽거린다.

하지만 심술궂지만, 정론이었다. 단 한번으로도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긴토키는 훨씬 더 괴로웠겠지.

히지카타는 가슴을 저민다.

하지만 그래도 욕심이지만 싫은 거야. 다른 상대는 귀여워해 주지 않았으면 해. 나 말고는 안 봤으면 좋겠어.

“제대로, 착한 애로 할테니까. 청소도 빨래도 요리도 더 잘하게 되니까. 이제 두 번 다시 긴토키를 제외하고 사랑하지 않으니까, 계속 긴토키를 바라볼게. 그러니까, 날 다시 좋아해줘. 긴토키, 부탁이야, 제발……”

히지카타는 청했다. 열심히 남자에게 청했다.

좋아해, 긴토키, 너무 좋아해, 사랑해, 미안해. 그래도 좋아해. 긴토키가, 사랑스러워. 열에 들떠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히지카타에 남자는 이마를 짚고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아아! 뭐야 이 귀여운 생물! 이런 거 반칙이잖아! 너무 귀여운 거야 제길! 제멋대로인 주제에 이렇게 귀엽다는 거 정말 유죄야. 귀여움 폭행죄야. 내 품에서 죽을 때까지 종신형에 처하고 싶다!”

긴토키는 하늘을 우러러 투덜거리더니, 땀을 흘리는 바람에 얼굴에 달라붙어 버린 히지카타의 검은 머리를 살며시 손가락으로 쓸어넘긴다.

“…거짓말이야. 여자는 안고 있지 않아. 너 말고 귀여워하지 않아. 히지카타”

“…정말이야? ”

“정말이야. 분은 일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가 나한테 발랐어. 오카마 클럽 아르바이트였거든. 여자한테 붙여진 거 아니야.”

긴토키는 아무도 귀여워하지 않는다. 나밖에 귀여워하지 않아. 그 사실에 히지카타는 들떴다.

“그래, 그럼 이제 나만 예뻐해 줄래? 다시 날 좋아해 줄래?”

희희낙락하게 물었으나 대답은 따라오지 않았다.

“무리해. 난 더 이상 널 사랑해 줄 수 없어. ”

“뭣, 왜? 내가 널 한번 버렸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제대로 노력할 테니까, 제대로 보상할 거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히지카타. 하긴 처음에는 너한테 화났으니까 뿌리쳤어.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긴토키는 말을 씌우면 천천히 타이른다.

“네가, 나나 카구라들을 소중히 해주는 것은, 기쁜 일이야. 하지만, 우리들의 존재는 언젠가 반드시 너에게 짐이 될 거야. 요전처럼 또 진선조와 우리중 어느쪽인가를 저울질할 날이 올거야. 그 때 너는 틀림없이 우리를 버리고 진선조를 선택할 거야. 그리고 그뒤로 너무 후회하게 돼. 울고 울고 뉘우치는 거야. 너는 상냥하니까말야……나는, 너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 무거운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히지카타, 이제 나를 좋아하게 되거나 하지마.”

잔혹하게 이별을 고하는 긴토키의 얼굴은 온화하고, 붉은 두 눈에는 히지카타에 대한 깊은 자애가 있었다. 남자로부터 아플 정도의 사랑을 받아 버려, 히지카타는 숨을 잘 쉴 수 없게 된다.

꿈인 줄 알아. 알고 있지만, 아, 긴토키는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는걸까. 내가 소중해서 감히 뿌리치려 하는거야?

그렇다면 내딛어야 할 건 나다. 한 번 부숴버린 만큼 이번에는 내가 열심히 해야겠다.

“바보 같네, 긴토키. 그런 건 안 돼. ”

“싫어. 그렇게 하는거야 절대. 왜냐하면 이미…”

“시끄러워 바보야! 안된다면 안 돼! 난 네놈같은 천파와 달리 똑똑하니까.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되지 않도록, 엄청 일 열심히 하고, 잘 해서, 머리 써서, 절대로, 그런 미래 저지해 줄게. 그러니까, 괜찮으니까, 너는 나를 솔직하게 좋아한다고 말하면 돼! 얼른 좋아한다고,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버려!”

말하라고 히지카타는 연호했다.

“이야! 제기랄! 너 역시 열로 꽤 머리 정신이 나갔잖아! 정말이지, 이제 괜찮으니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자버려! 열 내리고 놀이 공원 가는 거겠지!”

긴토키는 떼쟁이가 된 히지카타를 억지로 이불에 밀어 넣었다.

긴토키가 “좋아한다”라고 입 밖에 내는 일은 없었지만, 히지카타는 얌전히 마루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것은 히지카타가 “좋아”를 끌어내는 것을 포기한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만족하고 만 것이다.

남자는 결코 좋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열에 젖은 히지카타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는 손은 도저히 이루 말할 수 없는 너를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넘쳤다.

왜 옆에서 자고 있어?

잠에서 깬 히지카타는 신기해했다.

“야, 긴토키, 일어나. 이런 데서 자면 감기 걸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는 긴토키를 흔들자 남자는 천천히 눈을 떴다.

“좋은 아침, 히지카타. 야, 열은 어때? ”

추궁 당해 아직 졸음을 끌어당기는 머리로 히지카타는 갑작스레 생각해냈다. 아 맞다. 나는 어제, 열에 걸려서 앓아 누워서–,

“핫!”

히지카타가 소리를 질렀다. 히지카타의 이마에 붙어 있던 찬 수건을 떼어낸 긴토키가 느닷없이 그곳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갖다 댄 것이다.

에, 앗, 얼굴, 얼굴, 가까운 거야! 하고 히지카타는 패닉에 빠지지만 너무 패닉에 빠져 말을 잇지 못한다.

“음, 열은 없어 보이네. 39도 가까운 열에서 하룻밤 사이에 완쾌되는 진선조 부장.”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동요를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이야기한다.

뭐랄까, 애초에 왜 내 옆에서 자고 있었던 거야 이녀석. 랄까, 이 수건, 긴토키가 올려준 걸까. 간병, 해 주었구나. 라고 하는 것은, 혹시, 어제의, 꿈, 혹시, 꿈이 아니라.

“이제부터 유원지 가는 거 아니었냐? 아아. 네놈의 열이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면 오늘의 예정은 취소가 되어 낮부터 데굴데굴 할 수 있었을텐데.”

긴토키는 시원시원하게 히지카타에서 떨어져 “땀나니까 빨리 샤워 해. 어이 사다하루-, 아침 산책 간다-” 라고 히지카타와 긴토키를 지켜보듯 잠든 개에게 말했다.

“기, 기다려 긴토키, 나 어제 이상한 말 하지 않았냐……? ”

“……이상하다니? ”

“저, 그, 나를 귀여워하라, 거나, 좋아, 한다거나…”

긴토키는 힐끗 히지카타를 돌아보면 모르겠다고만 말하며 외면했다.

다행이다 그건 역시 꿈이었다. 저런 아이처럼 어리광 부리는 게 꿈이라서 다행이야. 히지카타는 안도했지만,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긴토키의 귀는 새빨갛다. 답지 않게 물든 귀에 히지카타는 그것이 현실이었음을 확신한다.

빌어먹을. 역시 꿈이 아니었구나. 꿈이 아니라 부끄러워. 하지만, 꿈이 아니란 것이 기쁘다. 왜냐하면 상냥하게 나를 사랑해 준 남자는 형편없는 환상이 아니었다.

“토시 긴짱! 놀이공원 가요!”

“안녕하세요. 둘 다 깨어 있어요?”

떠들썩한 소년 소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히지카타는 결정한다. 차이나가 말해준 것처럼 조금 더 자신에게 우쭐해져서 긴토키에 어택하자.

안경이 말해 준 것처럼 진선조를 좋아하는 마음과 긴토키를 좋아하는 마음을 모두 양립시켜 소중히 하자.

그 때문에 오늘의 유원지는 애써, 긴토키와 거리를 좁히겠다고 히지카타는 비밀리에 맹세했던 것이다.

[긴히지] 언젠가, 너에게 죽는 날까지 下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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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편:http://instiz.net/name/14756150

* 원문:http://www.pixiv.net/novel/show.php?id=2479393

* 고문(유혈)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 허락 없이 번역했으니 인티에서만 봐주세요!

* 의역, 오역 주의

いつか、君に殺される日まで

언젠가, 너에게 죽는 날까지

에도 성의 성곽 전정은 살기에 찬 수천의 남자들로 가득차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번 전쟁에 참여한 신정부군 측 병사들이었다.

게중에는 큰 부상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도, 가족이나 동료의 유품을 지참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나같이 증오와 원한으로 험악한 표정을 하고, 흥분을 참지 못하여 이따금씩 여기저기서 노성이 오른다.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죄인이 나타나기만을. 그가 무참하게 형에 처해지는 것을.

이른 봄의 태양이 서쪽으로 뉘엿뉘엿 지고, 그곳이 자줏빛으로 물들 즈음.

드디어, 북소리가 울렸다.

기다리는 군중의 웅성거림이 싸하게 잦아든다.

이윽고 흰색 어깨띠를 맨 관리들이 안쪽으로부터 나타나고, 각자의 위치에 배치된다.

이 광장의 중앙은 대나무로 만든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안에 한 단계 높은 무대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그곳의 중앙에는 마치 목을 매다는 데 쓰이는 듯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그 굵은 가로대로부터는 하나의 고리가 늘어져 저녁 바람에 음침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부터 행해지는 것은 사형 집행이 아니었다.

그날.

히지카타의 목숨을 구하는 긴토키에게, 타카스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동료들 중에는, 히지카타에게 원한을 가진 녀석들이 많다. 네놈도 알고 있겠지, 긴토키? 직접적인 원한이 없더라도, 녀석은 막부군의 정신적 지주로서 신정부군 전원의 증오를 한몸에 짊어졌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모두가 히지카타에게 상응하는 복수를 원하고 있어. 요컨대, 죽음으로 속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 놈들을 납득시키려면, 보통의 것으로는 무리야.”

“아아, 알고 있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정말로 아나, 긴토키?”

타카스기는 일부러 느릿느릿 연기를 내뿜으며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지만, 그 외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우리 동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히지카타를 태형에 처해라.”

“……뭐라고?”

“집행자는 긴토키, 네놈이다. 네가 힘껏 히지카타를 채찍으로 때리는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납득하지 않아.”

“음……. 타카스기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부득이한 일이야, 긴토키.”

“잠깐!!”

긴토키의 비통한 외침이 공허하게 울렸다.

“태형은, 사무라이와는 어울리지 않아. 뭔가, 뭔가 다른, 그 녀석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냐?!”

“침착해라, 긴토키.”

“그래, 긴토키.”

“어쩔 수 없어. 태형은, 신체에 고통을 주는 것과 동시에, 죄인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모욕을 주는 것에도 큰 목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쇼군 요시무네 시대부터 무사들에게는 행해지지 않았지.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히지카타에게 행하는 의미가 큰 것이다. 우리의 동료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녀석에게 죽기보다 괴로운 치욕을 안겨주어야, 비로소 모두의 불만도 가라앉지 않겠나? ……그 이외에 히지카타를 구할 방법은 아마, 없을 거다.”

긴토키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악물며 하늘을 바라보다,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 * *

그리고, 오늘.

형이 집행된다.

석양이 점점 기울어 동쪽에서 천천히 어둠이 다가올 즈음.

알리는 소리가 높이 울렸다.

“지금부터, 진선조 국장, 히지카타 토시로의 형을 집행한다.”

그것을 신호로 내문이 좌우로 활짝 열렸다.

문에서 쭉 이어지는 대나무 울타리로 나뉘어진 길. 그곳을 삼엄한 행렬의 관리들을 선도로 죄인이 끌려왔다.

그의 제복 상의와 조끼, 스카프는 모두 벗겨지고, 하얀 셔츠만을 입은 그의 손은 앞으로 묶여 철제 가쇄가 채워져 있었다.

가쇄에는 딱딱한 쇠사슬이 달렸고, 그 끝은 선도하는 관리의 손에 쥐어진 채였다.

이 사면초가의 굴욕적인 상황 속에서, 히지카타는 군중의 원망스러운 동요의 한가운데를 찢어내듯, 등을 곧게 펴고 거만하게 고개를 들어올린 채 걸었다.

그 눈은 차갑게 똑바로 앞을 바라본다. 다소 수척한 얼굴이 가면을 쓴 듯 무표정하다.

이 광장 전체를 적으로 삼아 그 증오의 시선을 온 몸에 받으면서도, 남의 구경거리가 되는 치욕을 겪으면서도 그의 태도는 전혀 굽혀지지 않아, 조금도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비록 전쟁에 패배하고 모든 것을 잃었어도, 그의 긍지도, 투지도, 아직 결코 무너지지 않았음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실이, 군중의 증오를 점점 더 부추기는 셈이었다.

행렬이 무대의 중앙에 이르자, 점점 높아지는 증오의 노성 속에서, 히지카타의 가쇄가 가로대에 매달린 사슬에 연결된다.

그 다음, 가로대에 설치된 도르래의 레버가 돌려진다.

끼릭, 끼릭, 하고 금속 소리를 내며 사슬이 점차 들어올려지고, 그에 따라 히지카타의 양손이 서서히 높이 끌려올라간다. 석양의 마지막 빛 속에서, 히지카타의 호리호리한 실루엣이 머리 위로 높이 손을 든 형태로 한가닥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떠올랐다.

이윽고 히지카타의 발끝이 겨우 땅에 닿는 높이까지 올라가면, 관리들은 레버를 돌리는 것을 멈추고 도르래를 고정한다.

히지카타의 옆에 있던 한 관리가

“눈가리개는?”

하고 짧게 말을 걸었다.

“필요 없어.”

그 대답을 신호로, 단상에 있던 관리들은 히지카타 하나만을 남겨둔 채 모두 무대에서 내려온다.

다시 한 번 북소리가 울린다.

다음에 내문이 좌우로 열렸을 때, 그곳에서 나타난 인물을 확인한 군중은 죄인이 나타났을 때와는 달리 큰 소리로 환호했다.

그들이 열광적으로 환영한 인물, 그것은 이번 전쟁 신정부군 최고의 영웅이자 군신(軍神)이라고 떠받들려진 ‘백야차’, 사카타 긴토키였다.

긴토키는 오늘, 굳이 백야차의 전투복을 입고 하얀 머리띠를 한 차림이었다. 어깨에 대나무 막대 묶음을 둘러맨 채, 그는 느린 속도로 형대를 향해 걸어갔다.

관중의 뜨거운 시선과 함성소리가 마치 그에게는 닿지 않는 것 같았다. 저녁 산책을 하는 듯한 발걸음으로 단상까지 나아가고, 그러고는.

특유의 죽은 물고기 같은 눈으로, 눈앞에 매달린 히지카타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일순 마주쳐 불꽃이 튀었다.

그것은, 이 전쟁의 마지막 날, 하코다테의 전장에서 대치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제야, 이제야 다시 만났어. 히지카타.

긴토키는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감회로 바라보았다.

무감동, 무표정을 가장하고는 있어도, 히지카타의 눈은 죽지 않는다. 더 마르고 창백해진 듯 보이는 얼굴이지만, 눈에 띌 정도의 큰 상처도 없었다. 일찍이 긴토키가 사랑한 그대로, 단아하고 날카로운 미모는 변함없이 아름답다. 오히려 비장한 미색이 더해져 긴토키의 마음을 휘저을 뿐이었다.

……히지카타.

이렇게 서로 만나서 보면, 내가 얼마나 깊게 너를 사랑했는지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된다…….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눈물도 이제는 말라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미친 듯이 날뛰는 가슴의 통증이 긴토키는 고통스러웠다.

……아마도, 나는 이 남자를 나의 심장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남자 또한 이전에는, 나를 밉지 않게 여기어 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히지카타를 배신했다.

그리고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 곤도를 죽이고, 진선조를 파괴하고, 막부를 무너뜨리고……

그리고 이제부터는, 관중 앞에서 모욕하고 고통을 주려 하고 있다.

……변명은 하지 않을게, 히지카타.

지옥의 불처럼 타오르는 히지카타의 거센 증오의 시선을 받아내며, 긴토키는 생각했다.

……마음껏 미워해도 좋아. 네가, 나에 대한 증오를 원동력으로, 삶에 집착한다면.

그것이 나의 숙원이다.

그러나 한편.

자신과 여러 차례 몸을 섞었던, 사랑한 아름다운 그 몸이, 가쇄와 쇠사슬에 구속되어 무참히 매달려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긴토키는 모종의 배덕한 고양감이 솟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무방비하게 매달려 형의 집행을 기다리는 그 모습은, 보기에 따라서는 확실히 너무도 음란하고, 긴토키의 피를 술렁이게 하는 것이었다.

아랫배에 도사린 열기를 뿌리치기 위해, 그는 일부러 매고 있던 대나무 다발을 거칠게 그 자리에 쿵 떨어뜨렸다. 그리고 성큼성큼 히지카타에게 걸어가 그의 고운 턱을 손으로 잡아 힘껏 끌어당겼다.

히지카타는 단정한 얼굴을 증오로 찌푸렸다. 번쩍이는, 동공이 열려 지친 눈으로 긴토키를 노려보다, 그를 향해 퉤 하고 침을 뱉었다.

긴토키는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곧바로 하얀 이를 드러내고 히죽 웃으며 손등으로 얼굴을 닦아낸다.

그는 천천히 히지카타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그의 등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하얀 셔츠를 두 손으로 잡고─

힘껏 좌우로 찢어놓았다.

찌지직, 하는 높은 소리를 내며 찢어진 셔츠 사이로 하얀 맨살이 드러났다.

그에 부추겨져 더 높아진 군중의 노성을 뒤로 하고, 긴토키는 다시는 자신이 안아보지 못할 히지카타의 몸을 아쉬운 듯 가만히 바라본다.

드러난 몸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그리운 히지카타의 체취가, 과거 그와 깊은 열을 나누었던 날의 정경을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엉덩이 사이에 있는, 뜨겁고 좁은 그곳을 옷 위로 사무치게 바라보다, 잠시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소음을 틈타, 히지카타의 귓가에 담담하게 속삭인다.

“봐주지 않는다. 오십 번, 전력으로 가자고. 잘 견뎌 봐, 히지카타.”

히지카타는 비웃으며 대꾸했다.

“뜸들이지 말고 어서 죽여라, 백야차.”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긴토키는 성큼성큼 앞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놓아두었던 다발 속에서 한 개의 막대를 뽑아 오른손에 들고, 감촉을 느끼듯 몇 번 반대편 손바닥에 탁탁 튕긴다.

그것은 두께 약 1센티미터 남짓, 길이 약 1미터의 대나무 채찍이었다.

쇼군 요시무네 시대부터 태형에 사용되었던 정격 크기와 형태이다. 하지만, 사실 이것들은 히지카타의 신체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긴토키의 손으로 사전에 마디를 깎고 모서리가 곱게 다듬어진 특별 제품이었다.

긴토키가 채찍을 손에 들고 히지카타의 곁에 다시 다가간다. 그 때, 무대 주위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횃불들이 일시에 불이 켜진다.

탁탁 나무가 튀는 소리와 함께 공기가 활활 어른거렸다.

그 불빛 속에, 집행인과 피형자, 두 사람의 실루엣이 떠올랐다.

긴토키는 잠깐, 손에 든 채찍을 군중을 향해 높이 들어 보였다. 흥분을 부추겨진 사람들의 함성이 일순 조용해진다.

묘한 분위기가 광장 일대를 뒤덮은 가운데,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등 뒤에 비스듬히 자리를 잡았다.

발을 크게 벌리고 채찍을 치켜들어, 드러난 매끄러운 흰 등을 향하여 가차없이 내리쳤다.

부웅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철썩

육체가 강하게 맞는 둔한 소리가 울린다.

“윽……!”

히지카타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단지 그 순간 등을 활 모양으로 휘어뜨리고, 아름다운 턱을 높이 들어올린 채 질끈 눈을 감았을 뿐이다.

선언한 대로, 긴토키는 일체 힘조절을 하지 않고 있다. 새하얬던 등은 순식간에 무참한 내출혈을 일으켜, 한 가닥의 자국을 뚜렷이 부각시켰다.

철썩

철썩

맞을 때마다 히지카타의 몸이 조금씩 흔들린다. 사슬과 가로대를 잇는 쇠 장식이 삐걱이는 소리를 울렸다. 그럼에도 히지카타는 한 번의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그저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며 견디고 있었다.

철썩

열 번째.

채찍이 꺾였다.

군중이 오오, 하고 함성을 높였다.

긴토키는 붉어진 얼굴을 하고 하아하아 하며 조금씩 숨을 내쉬었다. 마치 자신이 맞는 쪽인 것처럼 지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맞는 쪽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히지카타의 깨끗한 피부에 생긴 끔찍한 상처의 일부는, 아마도 평생 지워지지 않고 남을 것이다. 긴토키 자신에 대한 증오심과 함께.

그는 문득 자조를 띄우며,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고 다음 채찍을 가지러 갔다.

꺾일 것은 상정했다, 여분이라면 얼마든지 있었다.

다시 제자리로 걸어가며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긴 속눈썹을 내리깐 채 눈을 감고, 뺨이 살짝 붉게 상기된 채 어깨를 들썩이며 크게 숨을 쉰다.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이 여러 줄기 땀으로 이마에 달라붙어 있고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마치, 나에게 안긴 뒤 같다.

무심코, 속이 달아오른다.

정사 후 히지카타의 그 장절하게 요염한 얼굴은, 연인인 긴토키가 볼 수 있도록 허용되었던 것인데.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히지카타는 맞는 동안, 그렇게나 음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때리고 있는 긴토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고, 칠 때마다 간신히 등을 휘어뜨리고─ 마치 긴토키에게 뚫려, 안쪽을 쳐올려질 때와 같은 표정을, 행동을, 지금은 긴토키의 채찍질을 받을 때마다 관중의 눈에 드러내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빌어먹을!

그렇게 생각하니 창자가 부글부글 끓는 것 같다.

히지카타의 그런 얼굴을, 나 이외의 인간에게 보이게 되다니.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화악 얼굴이 붉어진다. 숨이 막히고 호흡을 할 수가 없다.

가슴이 답답하다.

그렇지만 히지카타. 네 영혼은 분명히 진선조의 것이지만, 너의 민감한 그 몸은 그날 분명히, 나만의 것이었다. 오직 나에게만, 너는 모든 것을 허락해 주었었는데.

괴로움에 긴토키는, 그의 마음 속에서,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자신과 히지카타 이외의 모든 것을 내쫓아 무시하기로 결정했다.

주위에 있는 관리들도, 숨을 죽이고 우리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도, 그런 것들은 모두 엿이나 먹으라고 해라. 전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히지카타와 나, 두 사람 뿐이야.

마치, 나름대로 행복했던 그 날들의, 두 사람밖에 없었던 잠자리들처럼. 안기고, 안는, 그저 두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연인들만의 시간을.

긴토키는 몽상했다.

철썩

철썩

한 번, 한 번 칠 때마다 긴토키의 호흡은 조금씩 빨라졌다. 전신의 피가 뜨겁게 끓어 역류하는 것 같았다.

히지카타의 몸을 관철하여 쳐올리고 있는 것처럼.

히지카타를 향하여 혼신의 힘으로 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히지카타의 흰 등이 휘어지고 그 잘록한 허리가 몸부림칠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관능에 온몸이 황홀하게 떨린다.

이를 악물고 비명을 견디고 있는 히지카타의, 괴로운 숨결이 느껴진다.

히지카타, 아파?

나도 아파.

아픈데, 기분이 좋아.

너를 좋아해.

좋아해. 사랑해, 히지카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또다시, 채찍이 꺾였다.

새로운 채찍을 가지러 간다.

힘껏 채찍질을 재개한다.

마침내, 히지카타의 등의 살이 찢어졌다.

하얬던 피부는 흔적도 없이 무참히 검붉게 변해 선혈이 낭자했다. 튀어오른 피가 얼굴에 묻어, 그 어두운 붉은색과, 미지근한 감촉과, 코에 익은 피의 냄새가 긴토키의 가슴을 더욱 두근거리게 했다.

……아아, 흥분된다.

타오르는 흥분, 미칠 것 같은 애착, 가슴 속에서 날뛰는 독점욕.

스스로 포기한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미련.

서른 여덟번째, 세 번째 채찍이 피가 튐과 동시에 꺾였다.

긴토키는 조금이나마 제정신을 되찾았다.

앞으로 돌아 히지카타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그는 어느새 의식을 잃은 채였다. 그토록 강한 귀신 국장도, 백야차의 전력을 다한 채찍질에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물, 가져와.”

무대 아래의 관리에게 거칠게 지시하면 금세 통에 물이 담긴다. 긴토키는 그것을 받아 히지카타의 얼굴에 뿌렸다.

그리고 기절한 히지카타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하고, 두어 번 찰싹찰싹 가볍게 뺨을 때린다.

“……응…… 으…….”

히지카타가 의식을 되찾고는 낮게 신음했다. 그러나 아직 몽롱한 상태였다.

“히지카타.”

그의 뺨에 손을 댄 채 속삭였다.

“앞으로 열두 번이야. 견뎌?”

“……죽여.”

눈을 감은 채 히지카타는 천천히 말했다.

그 쉰 목소리 속에서 아주 작은 망설임을 느끼고, 긴토키는 눈을 떴다. 조금 더 히지카타의 좋은 얼굴을 보기 위해 손으로 턱을 잡고 그를 들여다본다.

“히지카타. 괜찮아?”

“……죽여, 백야차. 나를 베어 버려.”

고통에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여전히 완고하게 자신을 백야차라 부르는 옛 연인의 의외로 조용한 어조에, 긴토키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한 위화감을 가졌다.

혹시.

……혹시, 이 녀석은, 아직.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너무 오래 이런 대화를 하고 있으면, 비록 내용은 들리지 않더라도 관중의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설마 이 신정부군의 영웅 백야차와, 막부군의 지주, 진선조 국장이 과거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이 안에 없다. 하지만,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다지 유리한 계책이 아니었다.

긴토키는 잠시 생각하다, 히지카타의 등 뒤로 가는 것을 멈추었다.

이제부터는, 앞에서.

히지카타의 옆구리를 향해 채찍을 휘두른다.

철썩

너덜너덜히 찢어졌으면서도 아직 히지카타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셔츠의 잔해 때문에 때리는 소리는 둔탁했다. 그러나 약한 옆구리를 맞고 고통으로 몸을 뒤트는 히지카타의 얼굴이, 이번에는 정면에서 선명히 보였다.

긴토키는─

또다시, 흥분했다.

철썩

생각한 대로였다.

채찍을 맞는 히지카타의 얼굴은, 처절할 만큼 색정적이었다.

철썩

히지카타가, 고통으로 얼굴을 찌푸린 채, 눈물이 차오르는 눈을 뜨고 긴토키를 바라보았다.

철썩

그 열린 동공 속에.

아직 감정이 남은, 자신에 대한 끊을 수 없는 연정을.

이번에야말로 분명히 인지하고, 긴토키는 어지러울 정도의 답답함을 느꼈다.

이 녀석은, 지금도…….

이렇게 되어서도, 아직 나를 좋아하는 걸까.

내가, 아직도 이 녀석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래도, 아직, 나를.

철썩

“왜, 나를 죽이지 않는 거냐.”

억눌린 목소리로 히지카타가 쥐어짜듯 내뱉는 말이 들렸다.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입술의 움직임만으로 십분 알 수 있다.

“왜, 이런 수고를 하고, 잔재주를 부리면서까지 나를 처형시키지 않으려는 거냐. ……나 따위가 살아서는, 신정부에게 좋을 게 없을 텐데.”

“입 다물어, 혀 깨문다.”

철썩

나쁜 곳을 맞았는지, 히지카타가 몸부림친다. 역시 옆구리를 치는 것은 부담이 크다.

하지만 등 쪽도 더 이상 무사한 곳이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살이 터지고, 검게 변색되어 부어오르고 있다.

“이봐. 죽여라, 백야차. 나에게 더 이상의 지옥을 보이지 말아 줘. 곤도 씨를 죽이고, 진선조를 파괴하고,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 놓고, 이제 와서 목숨만은 빼앗지 않는다니, 그런 건 네놈의 자기 만족을 위한 위선일 뿐이야.”

“다물라고 했을 텐데.”

철썩

“나는 이제, 이 이상 살아서 치욕을 당하고 싶지 않아. 어서…….”

히지카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네놈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빠악

“우윽……!”

그 순간 손이 광기를 띤다.

긴토키가 잘못 히지카타의 늑골을 때리자, 둔탁한 소리가 난며 채찍이 또다시 부러진다. 물론, 히지카타는 호흡이 멎는 듯한 고통에 정신을 잃고 있었다.

이제, 남은 네 번.

새로운 채찍을 가지러 가면서,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말을 곱씹었다.

……’네놈이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네놈이 없는 곳이라고, 히지카타는.

‘곤도 씨가 있는 곳’도, ‘소고와 미츠바의 곁’도 아니라, 그 녀석은, 내가 없는 곳이라고 한 것이다.

“히지카타.”

다시 한 번 히지카타의 정면을 향하여 자세를 갖추고, 긴토키는 조용히 이야기했다.

“살아라. 네녀석은 아직 할 일이 있어. 알고 있어? 지미 군은 아직 살아 있다고. 붙잡히지도 않고 빠져 나가서, 이 에도에서 몸을 숨기고 있어. 네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히지카타는, 고통과 눈물에 흐려지는 눈을 크게 떴다.

철썩

“살아남아. 그리고, 언젠가”

철썩

“이번에는, 네가”

철썩

“나를, 죽이러 와. 원수를 갚아, 히지카타.”

철썩

오십.

채찍질을 마치고, 긴토키는 뒤로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하아하아, 하며 어깨로 크게 숨을 쉰다.

……어느새, 울고 있었던 것 같다.

오십 번의 고통을 받아낸 히지카타는, 매달린 채 이미 정신을 잃고 있었다. 앞으로 거꾸러지듯 고개를 푹 숙이고,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상처투성이의 몸을 안아주지도, 부드럽게 위로해주지도 못한 채, 긴토키는 쏟아지는 눈물과 잔뜩 튄 피를 아무렇게나 소매로 닦아냈다.

그러나 눈물이 멎지 않는다.

바라건대, 히지카타.

마음 속으로 말했다. 지금은 의식을 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생애를 걸어, 이 나를 저주해.

원망하고, 증오하고, 복수를 다짐해.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나를 그 손으로 죽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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